韓 디스플레이, '세제혜택' 날개 달고 투자 급물살 예고

임채현 2023. 1. 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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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정부지원...세제공제율 현재보다 두 배로
IT용 8세대 OLED 등 신규 투자 속도 빨라질 것으로
LG디스플레이 직원이 '8인치 360도 폴더블 OLED'를 소개하는 모습.ⓒLG디스플레이


정부가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반도체보다 앞서 불황을 맞았던 디스플레이 업계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는 나날이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투자 지원책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반도체·배터리·백신·등 국가전략기술의 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공제율을 현재의 두 배 가량 올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한시적으로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증가분에 대해 추가로 10% 세금을 깎아주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중견기업에는 최대 25%, 중소기업에 최대 35%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전방산업이 업황 둔화를 겪었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그보다 몇 해 앞서 위기를 맞은 상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공산당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LCD(액정표시장치)패널, 특히 그 중에서도 TV용 LCD 패널 시장을 거의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약 10년간 글로벌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한국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를 중국에 뺏긴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현장에서도 "TV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중국이 거의 다 따라왔다. 이제 외관 싸움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의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내 업계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TV용 뿐만 아니라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으로 기술 초격차를 이뤄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OLED 산업 역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IT용 소형 OLED 시장에서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대형 OLED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난으로 인해 OLED TV 최대 시장인 유럽 시장이 축소된 탓이 크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세액공제율 상향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기존에 검토 중이던 IT용 OLED 등을 포함한 신규 투자 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이후로는 중소형 OLED 중에서도 IT제품과 차량용 패널 등 고부가가치 패널 상승세가 예고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OLED 패널을 탑재할 애플 아이패드 및 맥북에 거는 기대가 높다.


그 중에서도 중소형 OLED 전통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투자하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해 IT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8세대는 기존 6세대보다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어 생산 기간이 단축되고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 역시 IT용 OLED 신규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패널업계는 이같은 IT용 패널 외에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XR(확장현실) 등이 최근 신사업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XR의 경우 그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000만대 수준인 XR 기기 출하량이 오는 2025년 1억5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산학연으로 구성된 'XR 디스플레이산업 협의체'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 방침이 발표되자 업계는 두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한국이 2004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게 한 정부 지원 이후, 20년 만에 전격 발표된 파격적인 정부의 투자 지원책"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파격적인 정부의 투자 지원책은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지난달 국가전략기술에 뒤늦게 포함된 만큼 아직 입법 절차까지 과정이 남아있다. 지원안과 함께 입법 절차가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기업들이 OLED, XR, 차량용 등 신사업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입법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기업의 신속한 투자를 지원해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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