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마론에 “패륜” “꼰대”…거칠어진 與 당권 경쟁

윤지원 2023. 1. 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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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차기 당권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친윤석열계 대 비윤석열계’ 구도로 첨예했던 전선은, 최근 ‘수도권 출마론’으로도 옮겨붙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을)은 4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의 수도권 출마가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본령은 무시하고 곁가지에만 집착하는 꼴”이라고 적었다. 경쟁자인 윤상현 의원이 제안한 ‘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론’을 지난 2일 “참 한가한 이야기”라고 일축한 데 이어 이날 재차 날을 세운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당 지도부든 원내 지도부든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수도권 의원”이라며 국민의힘 대표 후보의 수도권 출마를 제안했다. 이에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이 “전적으로 공감한다”(2일)고 화답한 데 이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도 “(지금 거론되는 당권 후보 중) 제가 수도권에서 정치를 제일 오래 했다”(3일)고 거들며 수도권 주자들 간 연합 전선이 형성되자 김 의원이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김 의원은 “3년 전 총선 당시 황교안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그것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했었으나 개표 결과 우리 당은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며 “당 대표의 수도권 출마 여부와 당의 승리가 무관하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2020년 4월 14일 서울 종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최고위원 몫을 노리는 김재원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윤 의원을 직격하고 나섰다. 윤 의원이 출마 선언을 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을 꼬집어 “이율배반”이라며 “영남 자존심을 긁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윤심(尹心)’을 강조해온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도 설전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당권 관련 공개 발언을 자제하던 장 의원은 전날 “(수도권 출마론은) 지역 구민을 무시한 패륜적 발언이고 허장성세”라고 윤 의원을 맹공격했다. 이어 “정권 창출의 거점이 영남인데, 영남을 짓밟는 발언을 하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장 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012년 1월 17일 장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님들에게 전부 적진 출마를 요청한다’고 밝혔다”며 “소장파였던 장 의원이 이젠 꼰대가 됐는지 격전지에 뛰어드는 기개를 패륜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권성동·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연합뉴스

영남에 기반한 김·장연대와 범친윤계의 ‘수도권 연대’가 세게 맞부닥치자 당내에선 “후보 등록 마감도 전에 전당대회가 조기 과열되고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반응이 나온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가 대통령한테 잘 보이는 재롱잔치 비슷하게 돼 가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노예 같은 사람이면 국민들이 뭐라 하겠나”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거센 발언을 쏟아놓는데 이어 수도권 출마론을 놓고 공방이 격화하자 당내 우려도 커진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 출마론에 동조하는 당권 주자가 많아질 질수록 김·장연대의 부담감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이 수도권 출마론의 반례로 소환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4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전에 안 됐으니까 이번에도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도전 정신이 없는 것”이라며 “(내가 대표가 된다면) 서울이든 경기도든 어디가 됐든 험지에 갈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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