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우리는 플랫폼의 노예가 되었다"

박봉민 2023. 1.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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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 택시기사 A씨, 과도하고 불합리한 수수료 구조·독과점 구조에서의 갑질 행태 등 지적

[박봉민 기자]

"택시플랫폼(모바일 택시호출) 서비스가 일상화 된 이후 편리성은 강화됐지만, 노동시간 대비 수익은 줄고, 어느 순간 우리는 플랫폼의 노예가 되어버렸습니다."

택시기사 A씨는 "택시플랫폼 서비스 전과 후 변화된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소상공인매거진/인천게릴라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K(특정 택시플랫폼 서비스)의 출현 이후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 크게 변화했다. K사의 메신저가 없이는 일상이 힘들지 않나. 택시기사들에게 K의 택시플랫폼은 일반인들에게 메신저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K는 무료서비스를 미끼로 시장에 진출했고, 기사들은 꽤 오랜 시간 그것이 지켜질 줄 알았다. 하지만, K는 이내 시장을 장악했고 그 순간 갑과 을이 바뀌어버렸다"며 "이제는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손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손님들도 일단은 K 호출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만큼 택시기사들에게 K는 생업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계륵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문제는 택시플랫폼 서비스가 특정사에 집중돼 사실상 독과점 구조라는 점과 플랫폼사와 택시기사 간 관계가 일방적이라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가 택시플랫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는 다른 택시플랫폼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택시기사들이 K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만들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K는 택시기사들과 협의를 통해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K가 정한 조건에 동의하고 기사들이 가입하는 일방적 구조가 되어버렸다. 말이 계약이지 계약이 아니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라고 개탄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과도한 수수료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A씨는 "K사의 호출 수수료가 20%에 달한다. 물론 택시에 붙는 K사 택시라는 광고비 명목으로 다시 15%를 돌려주긴 하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택시기사들로서는 이중매출이 잡히는 불합리함이 있다"며 "어차피 돌려줄 것이라면 애당초 5%만 받아도 되지 않나. 그럼에도 굳이 20%를 받아 다시 15%를 돌려주는 번거로움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택시기사들로서는 무료 서비스가 각종 명목으로 유료화 되었던 과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추후 인상과정에서 올 반발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수수료를 그 수준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배회영업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지적했다.

A씨는 "K사의 콜로 인한 매출이 아닌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영업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물린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이게 과연 공정한 거래라 할 수 있나"라며 "불합리하고 불만스럽지만 우리 택시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K가 고객들에게 일반화된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로 K를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 이상 택시기사들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엔 버거운 상태까지 와버렸다. 당국이 나서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K의 독과점을 막고,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권도, 정부 당국도 말만 무성할 뿐 아무런 실효적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장 손쉬운 현실적 대안으로 A씨는 '공공 택시플랫폼'의 활성화로 독과점을 견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씨는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의 독과점과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지만, 당장에는 공공택시플랫폼이 활성화 돼 민간의 독과점을 막는다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에는 이음택시가 있다. 다른 지자체에도 그러한 공공택시플랫폼이 구축된 곳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용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해 공공택시플랫폼을 활성화 한다면 택시기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A씨는 '택시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해 K사의 독점적 시장지배 구조와 그게 따른 불합리한 갑질 사례 등을 지적하며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공공택시플랫폼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A씨가 '택시 플랫폼(호출서비스) 거래실태 및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택시산업 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박봉민
 
"정책당국, 택시가 대중교통인지 고급교통수단인지 정책방향 명확히 해야"

한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택시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기본요금의 인상과 함께 상황에 따른 차별적 요금체계 구축 필요성을 지적했다.

A씨는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택시요금만 그대로 묶어둔다는 것은 차별이고, 불합리적이다. 따라서, 기본요금도 지금의 3800원보다는 분명 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4500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요금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거리로 일률화 된 요금체계를 상황에 따라 차등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라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일단 들어가면 빈차로 나와야 하는 지역들이 있다. 이런 지역들은 일정부분 할증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택시'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우리나라는 택시가 대중교통인지 고급교통수단인지 불분명하다. 요금을 책정할 때는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중교통으로 취급하고, 서비스를 말할 땐 '서비스가 나쁘다'며 고급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요한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국의 정책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대중교통화를 하려면 버스처럼 준공영제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반대로 고급교통수단으로 판단한다면 요금체계 결정 등에 있어 자율성을 상당 부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동료택시기사들을 향해서는 "사실 택시하면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앞서 말한 제도적 불합리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 택시기사들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해야 한다"며 "택시플랫폼, 요금체계 합리화 등 택시업계의 당면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결국 힘이 되는 것은 시민들의 동의 여부다. 여론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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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상공인매거진(www.menews.kr)'과 '인천게릴라뉴스(www.ingnews.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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