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짜리 무이자 마통?” 김영환표 의료비 후불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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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300만원 빌려주고, 안 갚으면 지자체 책임
의료비가 부담되는 취약계층을 위해 수술비를 매월 조금씩 갚아나가는 제도가 충북에서 처음 시작됐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 지역 종합병원과 치과 병·의원 등 80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의료비 후불제’가 이달 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치과 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의 대표 공약으로 환자가 대출금으로 의료비를 먼저 내고, 무이자로 장기 분할 상환하는 제도다.
환자가 원금을 갚는 동안 충북도는 매월 이자를 내준다. 1인당 연간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금 상환만 제때 이뤄지면 자치단체와 은행·병원은 의료복지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목돈이 없어 애를 먹는 환자는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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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생명을 살리고 보는 선행적 복지”
올해 사업 대상은 충북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보훈대상자·장애인 등 11만여명이다. 주로 고령자가 대상인만큼 진료 빈도가 잦은 임플란트와 인공관절(무릎관절·고관절)·척추질환·심뇌혈관 등 6개 수술로 대출 지원 대상을 추렸다.
충북도에 따르면 임플란트 1개당 환자 자부담 평균 비용은 120만원, 인공관절은 한쪽당 80만원, 척추질환 수술은 80만원, 심뇌혈관 질환은 60만~70만원이다. 300만원 정도면 6개 질환 수술비 자부담이 가능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대출 업무는 농협이 맡았다. 정책자금 25억원을 올해 의료비후불제 자금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농협은 계획보다 신청자가 많으면 재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비 대출 원리금 채무보증은 충북도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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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연체율 30% 예상” 미상환 변제 예산 마련
대출금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변동금리 5.8%를 적용한다. 100만원을 대출받아 36개월로 상환하면 환자는 매월 원금 2만7700원을 갚는다. 첫달 이자는 약 4800원이다. 200만원은 원금 5만5500원, 이자 9660원. 300만원은 원금 8만3300원, 이자 1만4500원 정도다. 김용길 충북도 의료비후불제팀장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생계급여가 62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매월 대출원금 10만원 정도는 갚을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료비후불제는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 대출금 연체율 통계 결과가 없다. 수혜자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으로 한정했지만, 현재 직업 보유나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이 이뤄진다. 원금 상환이 일정 기간 연체되면 충북도가 갚아야 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환자 사이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충북도는 이미 연체율 30%를 추정, 미상환금지급 예산 7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사업 대상자가 늘어나면 대출금에 비례해 추가 예산 투입이 예상된다. 김용길 팀장은 “미상환 6개월까지는 농협에서 채권관리를 하고, 그 이후에도 돈을 갚지 않으면 충북도가 미상환금에 해당하는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갚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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