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미래 혁신 기술의 경연장 CES

2023. 1. 4. 1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왜 CES에 주목할까 | CES의 역사

56년간 신제품과 기술 70만개 발표

가전제품에서 우주 기술까지 범위 넓혀

(CES 제공)
“한 해의 전자·정보통신(IT) 트렌드를 미리 읽을 수 있는 글로벌 박람회.”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미국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최하는 글로벌 디지털 산업 박람회다. CES는 매년 1월 첫 주에 개최되기 때문에 그해의 가전·IT 시장 트렌드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TV와 냉장고, 오디오와 같은 가전제품을 위주로 전시됐지만, 최근에는 첨단 IT 기술이 적용된 것은 모두 등장할 정도로 규모가 확장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마존, 소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전자·IT 기술 트렌드를 선보이는 것도 이 같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은 때로는 서로 경쟁하며, 때로는 협업을 하며 이곳에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찾아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술이 인간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온 점을 감안할 때 CES는 인간의 미래 삶을 예측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의 경연장이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CES는 미국 뉴욕에서 소규모 가전 행사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규모와 범위를 확대했다.

첫 번째 CES는 1967년 6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됐다. ‘시카고 뮤직쇼(Chicago Music Show)’에서 분리된 소규모 가전 행사였다. 모토로라의 경영진이었던 밥 갤빈의 주도로 개막했던 이 행사에서는 117개 기업이 기술을 선보였고, 방문객 수는 1만7000여명에 불과했다. CES는 1978년부터 1994년까지 16년간 매년 두 차례 열리기도 했다. 매년 1월에는 미국 서부의 라스베이거스, 6월에는 동부의 시카고에서 열린 것이다. 그러다 6월 CES가 상대적으로 1월 CES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1998년부터는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차례만 열리게 됐다.

이후 CES는 첫 개최 후 56년이 지난 지금 가전뿐 아니라 IT, 모빌리티, 가상현실, 우주, 웹 3.0과 같은 미래 신기술을 모두 종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전자·IT 기업뿐 아니라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 기업들이 대규모 참여하게 됐고,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모빌리티 기술 또한 선보이는 곳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과 함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유니콘’ 또한 CES에 속속 합류하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 경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동안 CES에서 발표된 신제품과 기술은 모두 70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서는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제품이나 기술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한 해 동안의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CES에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67년 개최된 CES 자료 사진.(위) (CES 제공), 1981년 개최된 CES 자료 사진. (아래) (CES 제공)
필립스의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위). (매경DB) 아타리가 선보인 ‘퐁 콘솔(아래)’. (매경DB)
캠코더·게임 콘솔·무선 전화기·커넥티드카

기술과 인간 삶 ‘이정표’ 만든 CES 반세기

지난 56년간 CES는 전 세계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전시회, CES에서는 기술과 인간의 삶에 있어 ‘이정표’ 역할을 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했다.

1960년대 개최된 CES에서는 흑백 TV, 트랜지스터 라디오, 레코드 플레이어와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선을 보였다. 이어진 1970년대는 VCR의 발명과 가정용 게임이 기술 혁신 트렌드를 이끌었다. 특히 VCR의 발명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영화를 볼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혁명과도 같은 변화였다.

필립스는 1970년 CES에서 첫 번째 비디오 레코더를 공개했다. ‘N1500’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TV 방영 시간에 TV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더 편리한 시간에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녹화 역시 가능하게 됐다. 이는 오늘날의 넷플릭스와 같은 ‘주문형 콘텐츠’ 기업들의 등장으로도 연결되는 변화였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는 CES에 컴퓨터 제조 업체들의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빌 게이츠는 당시 최신 컴퓨터인 애플II에 적용 가능한 ‘베이직 컴파일러(명령어 번역 프로그램)’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게임 시장에 있어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아타리(Atari)는 1975년 CES에서 ‘퐁 콘솔(Pong Console)’을 선보였다. 가정용 게임 시장은 아타리의 퐁 콘솔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아타리는 이후 1979년 CES에서 퍼스널 컴퓨터(PC)인 아타리 400과 800을 선보였다. 이는 최초의 PC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용 PC’로서 첫 시작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 엔터테인먼트의 급격한 성장은 1980년대도 이어졌다. 가정용 컴퓨터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코모도어 아미가(Commodore Amiga)’가 1984년 CES에 등장했다. 가정용 컴퓨터의 초기 모델로 이후 개발되는 컴퓨터의 고전적인 형상을 제시한 상품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1985년에는 일본 기업이 또 하나의 혁신적인 상품을 내놨다. 일본의 닌텐도가 선보인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이 그것이다. 1988년에는 CES에서 테트리스가 발표됐다. 1980년대의 이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변화는 2000년대 이후 진행된 ‘게임 혁명’의 단초와 같은 순간이었다.

일본 가전 기업 소니가 캠코더를 선보인 것은 1981년 CES 때였다. 당시에는 상업용 방송국에서나 이용할 수 있었던 영상 녹화 장비가 방송국 스튜디오 밖에서도 이용 가능해진 것이다. 캠코더의 등장 역시 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되는 혁신으로 꼽힌다.

1981년 등장한 콤팩트디스크(CD) 플레이어 역시 1980년대를 대표하는 혁신 기술이었다. 소니가 소개한 CD 플레이어는 LP 판을 대체하는 기술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당시 기술로는 약 15㎝ 크기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5MB(메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CD는 650MB까지도 저장 가능했다. 1989년에는 오늘날 휴대폰의 전형이 되는 무선 전화기가 발표됐다. 디지털·네트워크·모바일의 3박자가 갖춰지는 오늘날 통신 기술의 시초가 되는 제품이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기술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통신 회사들이 정보를 연결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인터넷은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한다. CES 1997에서 아메리칸온라인(AOL)은 초기의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IBM은 16인치 컬러 LCD 모니터를 1993년 CES에서 소개했다. 1998년 CES에서 일본 기업인 샤프가 고화질 HDTV를 공개했다. 1996년 선보인 DVD(Digital Versatile Disc) 플레이어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1993년 애플이 공개한 ‘애플 뉴턴(Apple Newton)’은 오늘날 스마트폰 혁명으로 연결된 중요한 제품이었다. 당시에도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의 형태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손가락을 터치해 입력이 가능한 뉴턴의 메시지 패드는 오늘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딤돌’ 역할을 담당했다.

2000년대도 홈 엔터테인먼트 혁명은 지속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ES 2001에서 엑스박스(Xbox)를 선보였다. 같은 해 최초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등장했고, 2008년에는 QLED TV, 2009년에는 3D HDTV가 선보였다. 홈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되는 ‘콘솔’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이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진화한 것이다.

2004년 CES에서는 소니가 주도하는 블루레이 DVD와 도시바가 주도하는 HD DVD의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블루레이 DVD는 소니와 파나소닉, 파이어니어, 필립스와 삼성전자가 연대해 내놓은 기술이다. 2008년 CES에서 워너브라더스가 블루레이 DVD 형태를 지지하면서 이 같은 경쟁은 일단락됐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전송이 가능했던 휴대폰은 디지털 세계의 시작을 알렸다.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서로가 연결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소통의 중심이 휴대폰으로 집중되게 됐다. 단순히 전화 통화뿐 아니라 날씨를 확인하고, 알람 시계를 설정하고, 약속을 저장하고,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공유하고,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10년대는 커넥티드 TV와 스마트 기기, 디지털 모빌리티가 기술 전쟁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3년 폭스바겐의 아우디가 자율주행 시제품 차량을 선보이면서 자율주행 기술은 CES의 주요 기술로 떠올랐다. 사람이 별도로 개입하지 않고도 도로에서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차량이다. 2016년 CES 현장을 휩쓸었던 쉐보레의 ‘볼트’는 ‘카테크 혁명’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워치를 통합한 최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CES는 이제 전통적인 모터쇼를 아우르는 대형 산업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반도체 등 기술 기업들과 합종연횡하면서 인공지능(AI)을 미래 자동차에 도입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2010년대 후반 들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중대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주문형 비디오 시장의 큰 변화 역시 2010년대에서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CES에서 세계 190개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CES 2022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CES 제공), CES 2022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CES 제공)
글로벌 IT 시장 선도하는 韓 기업들

CES 중심부에서 존재감 커져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전자·IT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CES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CES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연설(Keynote)에 참여해왔다. LG전자도 CES 2019 기조연설에서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에 대한 시각을 소개했다. 가전 기업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현대모비스가 CES에 참여해왔고 SK그룹과 포스코, HD현대, 두산 등도 전시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금융 회사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이 참여했고, 서울시는 ‘서울관’을 열어 서울에 소재한 혁신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CES 2022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열렸던 CES 2020에서는 모두 4500여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2년 만에 개최된 CES 2022에는 그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2279개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오프라인 전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416개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전시 기업의 18%가 한국 기업이었던 셈이다.

CES 2022에서는 삼성전자의 가전·모바일을 책임지는 한종희 부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장식했다. ‘공존의 시대(Age of Togetherness)’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는 “기술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았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을 소개하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동참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 연결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운 일상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도 선보였다.

LG전자는 CES 2022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전시를 선보였다. LG전자 부스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활용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관람객은 부스 곳곳에 설치된 ‘뷰포인트’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LG 올레드 TV, LG 오브제컬렉션 얼음 정수기 냉장고, 식물 생활 가전 LG 틔운 등 CES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LG전자는 LG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LG 월드 프리미어’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는데,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일상(The Better Life You Deserve)’을 주제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메타버스를 접목한 미래 모빌리티를 공개했다. 현대모비스 전시장에 입장한 관람객이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모습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현대모비스의 메타버스 공간인 ‘엠 비전 타운(M.Vision Town)’에 입장해 전시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엠 비전 타운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엠 비전 POP(M.Vision POP)’과 ‘엠 비전 2GO(M.Vision 2GO)’를 만날 수 있게 꾸몄다.

CES 주최 측에서 선정하는 혁신상에 있어서도 한국 기업들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2022년 한국 기업들이 거둔 성과가 대표적이다. CTA는 27개 부문에 걸쳐 CES 혁신상 수상 제품과 기술을 발표했는데, 삼성전자는 영상 디스플레이 21개, 생활 가전 7개, 모바일 11개, 반도체 4개로 무려 43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가장 혁신적인 제품 또는 기술에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은 영상 디스플레이에서 3개, 모바일에서 1개를 각각 차지했다. 영상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TV가 11년 연속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2022년형 TV 신제품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TV 플랫폼, 게이밍 모니터가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이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모두 24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식물 생활 가전 ‘LG 틔운’과 LG 오브제컬렉션 얼음 정수기 냉장고 등 생활 가전이 포함됐다. LG 올레드 TV는 처음 출시한 2013년부터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부문인 SK온의 ‘NCM9 배터리’도 혁신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에서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 등 7개 제품과 기술이 혁신상을 받았다.

최승진 기자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