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을 한가운데 백제 귀족의 무덤이 있다?

박현국 2023. 1.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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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시가현 히노초에 있는 귀실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 귀실신사에는 백제 멸망 전 백제 귀족 귀실집사의 무덤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 히노초 마을에 살던 백제 귀족 귀실집사가 죽은 뒤 무덤을 만들고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부동당을 지었다가 신사로 바뀐 듯합니다.

백제 멸망을 전후로 당시 일본 조정은 백제에 원군 몇 만 명을 파견했으나 백강 전투에서 나당연합군에게 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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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 히노초 귀실신사를 찾아서

[박현국 기자]

2일 낮 시가현 히노초에 있는 귀실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 귀실신사에는 백제 멸망 전 백제 귀족 귀실집사의 무덤이 있습니다. 귀실집사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귀실복신 장군은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은산별신제가 열리는 은산별신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시가현 오노 마을에 있는 귀실신사 정면과 신사 앞에 한국 팔각정을 본떠서 만든 집사정입니다.
ⓒ 박현국
이곳 귀실신사는 원래 '부동당'으로 불려졌습니다. '후도도(不動堂)' 부동당은 먼저 가신 조상신을 모신 사당입니다. 주로 절 안에 부동당 건물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이곳 히노초 마을에 살던 백제 귀족 귀실집사가 죽은 뒤 무덤을 만들고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부동당을 지었다가 신사로 바뀐 듯합니다.

백제 멸망을 전후로 당시 일본 조정은 백제에 원군 몇 만 명을 파견했으나 백강 전투에서 나당연합군에게 지고 맙니다. 이후 일본 조정은 나당 연합군이 이제 일본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라에 있던 조정을 지금의 시가현으로 옮겼습니다. 지금도 시가현 오츠시에는 당시 조정이 옮겨와서 도읍으로 정했던 곳이 오츠교(大津京)라는 지명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곳 도읍지는 약 7년 정도 유지됩니다.

시가현 오츠교 부근에는 오우미진궁 신사, 왕 무덤 등 일본 조정 관련 유적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4월 중순 오츠교 부근 사카모토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는 나라 신들을 오츠교로 옮겨오는 의식을 재연하거나 참가자들이 군사 작전과 비슷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사는 당시 조정이 옮겨왔을 때부터 행하던 풍습이 축제로 전해진 것입니다.
 
 귀신집사 무덤으로 알려진 비석은 신사 건물 뒤에 있습니다. 사진 한 가운데가 귀실집사 무덤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석입니다.
ⓒ 박현국
백제 멸망 전후로 당시 일본 조정은 적극적으로 백제를 돕기도 하고, 자구책을 찾아서 도읍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백제 유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정착하여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때 생긴 백제 정착촌이 시가현 히노초에 있었습니다. 옮겨온 백제 유민은 몇 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 때문이지 시가현에는 백제나 한반도 관련 지명이나 유적 유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백제탑 형식은 본떠서 만든 석탑사 석탑, 백제사람으로 일본에 말을 전하고 말 기르는 법을 가르쳤다는 '아직기' 신사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사카모토 지역에서 발굴된 온돌 유적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본뜬 '대장군' 지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귀실신사가 있는 히노초 오노 마을은 충청남도 은산면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 전에는 충남 은산면 사람들이 12월 초에 귀실신사를 방문하여 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귀실신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본 관광 관련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은 주로 큰 도시를 많이 찾으며 도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귀실신사는 산을 따라서 길게 형성된 히노초 오노 마을 한 가운데 놓여있습니다. 멀리에서 본 모습입니다. 가운데 숲 안에 귀실신사가 있습니다.
ⓒ 박현국
찾아가는 법 : JR 오사카역이나 교토에서 비와코센 전철을 타고, 시가현 구사츠역(草津驛)까지 간 다음, 구사츠 선 철도로 갈아타고 기부가와역(貴生川)까지 가서 다시 오우미철도(近江鉄道)로 갈아타고 사쿠라가와역(桜川駅)에서 내립니다. 역 앞에서 하라행(原行) 버스를 타고 오노(小野)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버스로 25분 정도 걸립니다. 하라행 버스는 일요일과 경축일에는 다니지 않습니다.

참고누리집 : 히노관광협회(https://hino-kanko.jp/sight/kishitsujinj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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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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