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가격 갈등 속 드러난 롯데마트의 ‘민낯’

김한나 2023. 1.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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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제조사 다툼, 마트·슈퍼 내부 시스템 주목
단가 협상하는 바이어 역량 부족 지적도
롯데마트

롯데마트와 쿠팡 등 납품 단가를 둘러싼 대형 유통업체와 제조사 간의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롯데마트의 내부 시스템 문제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4일 동종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롯데마트의 발주 중단 사태를 두고 ‘소통 부족이 촉발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납품 단가를 협상하는 개인 바이어 역량의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싱 규모가 더 큰 마트가 슈퍼보다 납품가를 비싸게 가져 왔다는 건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바이어 입장에선 창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어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해서 보는 건 어폐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납품 거래가 중단될 정도이면 팀장과 임원 등 윗선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개인 바이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마트는 납품 단가 이견을 이유로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 일부 제조업체와의 발주를 중단했다. 

이번 발주 중단 사태는 롯데쇼핑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와 상품 코드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마트와 슈퍼는 그동안 제조 업체로부터 각각 제품을 납품 받았는데, 일부 제품을 마트보다 슈퍼가 저렴하게 납품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같은 조건의 납품가를 요구했지만 제조사가 이를 거절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현재 일부 제품은 롯데마트와 슈퍼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태로, 기업별로 발주가 중단된 상품만 수십개에서 수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의 구조가 다르고 공급가도 다를텐데 (롯데마트)가 지금까지 모르고 있다가 굳이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는 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라며 “특정 개인의 문제인지 의도적인 전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롯데쇼핑 내부에서 문제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연합뉴스

마트 업계에서는 이번 발주 중단 사태와 관련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납품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마트와 슈퍼는 납품가가 다르게 책정될 수 밖에 없는데,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슈퍼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 공급받는 구조다. 

납품 구조가 다른 마트와 슈퍼는 그동안 개별 판매 정책에 따라 운영돼 온 만큼 가격 협상 과정에서 제품을 낮은 가격에 맞춰달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품의 경우 프로모션이 적용되거나 전략적인 판촉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납품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일괄로 모든 상품을 낮은 가격에 적용해 달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 타 유통사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의 납품단가를 확인한 결과 슈퍼가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어 일부 품목에 대해 납품 단가 차이를 조정하는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두 군데 가격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비슷한 가격정책을 확립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트, 슈퍼를 구분하기보다 롯데의 그로서리 판매 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게 목표”라며 “통합이 되면 소비자들에게도 타사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로서리 매장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트와 슈퍼의 상품 소싱 업무와 상품 코드를 통합해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통합 소싱을 위한 일원화 과정을 거치는 중으로, 코드를 통합하게 되면 중복된 상품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된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설립 때부터 별도의 사업부서로 만들어졌다. 하나의 법인에서 출발해 슈퍼사업 부문을 떼어낸 홈플러스 등 타 대형마트와는 다른 방식이다.

이로 인해 마트와 슈퍼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동일 상품임에도 코드가 달라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당초 다른 대형마트들은 하나의 법인으로 출발해 동일 제품의 경우 상품코드가 일원화 돼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이마트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강화를 위해 이마트 내 슈퍼마켓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의 경우 납품 단가를 맞춰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는 건 타 회사가 간섭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면서 “이와 달리 롯데마트는 한 법인에 속해 있어서 가격 일원화를 요청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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