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1] 생태 신학과 ESG경영
예수님 말씀에는 생태 신학의 관점이 다수 드러난다. 성경을 보면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생명체인 “참새 다섯 마리가 하나님 앞에는 그 하나도 잊어버리시는 바 되지 아니할 것”(눅 12:6)이라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다”(마 6:29)고도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체의 귀중함을 일깨운다.
생태 신학은 생태학(ecology)을 기독교적 가치관과 연결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창조 세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기초로 인간과 다른 생명체, 인간과 주변의 무생물 환경의 균형을 추구하는 신학적 접근이다. 생태 신학의 기초가 되는 생태학은 생태계(ecosystem)를 구성하는 생물과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태학자들은 만물은 상호연결돼 있고 하나가 파괴되면 다른 것도 존재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급속하게 무너트리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창세기 1장 28절에 따르면 인간은 이 땅의 모든 것, 즉 생태계를 선하게 다스려야 한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의무는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계의 보존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끊임없는 개발은 하나님이 주신 의무가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윤리 의식, 이성의 산물인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선한 다스림을 실천해야 한다.
생태 신학은 인류에게 산업화 시기 이후 지속해온 개발과 소비의 행동 양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죽음을 극복한 부활과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다. 탄소연료에 의존한 성장을 멈추는 것을 죽음에 비유해 볼 수 있고,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배출 감소를 통한 생태계의 회복은 부활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생태 신학은 이 같은 노력으로 창조 세계가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 세계를 주문한다.
생태 신학은 예수님의 복음을 인간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 생태 신학에 따르면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등 피조물에 악영향을 가하는 것도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악이다. 인간 중심적 자연관(Antropocentrism)이 아니라 창조된 자연의 가치를 지키는 인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성경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어떠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환경주의 신학자인 캘빈 드윗(Calvin B. DeWitt)은 생태계 보호와 관련하여 성경에 근거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15)를 근거로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듯 우리도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땅과 하늘에 있는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을 화목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골 1:20)와 연관된다.
세 번째는 출애굽기 20장 8~11절, 23장 11~12절을 근거로, 인간은 땅과 모든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에 쉼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안식일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에스겔 34장 18절에 나오는 ‘맑은 물의 중요성’과 신명기 20장 19절의 ‘수목 보호’, 신명기 22장 6절의 ‘동물의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누릴 수 있지만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에스겔 33장 30~32절을 바탕으로 드윗은 “생태계의 보호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스겔 33장 31절을 보면 선지자 에스겔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사람들이 그 말을 듣기는 하나 말씀대로 행하지는 않고 입으로는 사랑을 나타내어도 마음으로는 이익을 따른다”고 비판한다.
이 말씀은 오늘날 각 국가와 기업들이 ‘넷 제로(Net Zero·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선언하고 ESG경영을 주창하고 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행태에 대한 에스겔 선지자의 질책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생태학자들의 말을 듣고 당위성을 인식하기는 하나 “행하지는 않고 입으로만 (생태계) 사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어 에스겔 말씀은 “마음으로는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며 쐐기를 박는다.
에스겔은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인 척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사회적 책임을 진다고 선전하나 실제로는 이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블루워싱(bluewashing)’을 정확히 비판한다. 이윤 극대화 논리로만 생태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탐욕은 불신앙의 결과이며 영혼이 병들었다는 지적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대가는 후손을 포함한 다른 누군가가 치르게 된다. 자신의 누린 혜택에 따른 비용을 후속 세대와 저개발 국가에 떠넘기는 행위는 비윤리적이고 비성서적인 행위이다. ESG경영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생명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21세기 최고의 사회 갱신운동(renewal)이다. (다음 회, 십일조 정신과 ESG)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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