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아트테크]②"미술품은 안전 자산, 작품의 가치 구매자와 공유"
“미술품 경쟁력이 곧 회사 경쟁력, 엄격한 기준으로 투자작품 선정”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구매자가 블루칩 미술품을 발굴할 땐 미술에 대한 상당한 사전 공부가 요구된다.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 경매 기관의 거래 이력, 연간 경매 거래 횟수, 그리고 연평균 경매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 작품을 선정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손부로 등장하는 모현민(박지현 분)은 갤러리를 운영한다. 실제 90년대까지만 해도 재벌가 안주인이 갤러리를 경영하고,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과 비자금 조성이 빈번했던 만큼 미술품은 부자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런 편견을 깨고 누구나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한 가운데 MZ세대는 조각투자에 주목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김형준 대표는 “예술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투자 자산으로 보는 MZ세대 중심 구매자를 대상으로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는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 투자에 주목한 MZ세대에게 고가의 작품 가격은 장벽으로 다가왔다. 이 장벽을 허문 조각투자는 빌딩, 또는 고가의 미술품 등의 실물자산을 지분으로 분할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미술품의 소유권을 나눠 다수의 구매자가 함께 구매하는 방식이다. 미술품 조각투자의 등장으로 소액투자의 길이 열리자 새로운 재테크를 찾는 MZ세대가 몰려들었다. 김 대표는 “혼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마르크 샤갈, 뱅크시,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에 단돈 1000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초기에는 2030 이용자가 몰려들었다”며 “최근에는 회원비중이 30대(33%), 40대(28%), 50대 이상(13%)까지 빠르게 확대되며 미술품 투자가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김 대표는 올해 시장은 현상 유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술 투자 역시 자산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형 컬렉터들이 시장을 관망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김 대표는 “미국이 빅 스텝을 내려놓고 시장 조정기에 접어들면 오히려 올해 상반기가 미술품을 구매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오랜 컬렉터들은 지금이 ‘줍줍’하기 좋은 시장으로 보고 있고, 자본가들 역시 미술품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블루칩 작가들은 공고하지만, 신진작가 시장은 조정기를 더 겪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2019년 3월 출범 이후 테사는 가입자 수 12만8000명, 누적 미술품 판매 총액은 약 3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테사는 첫 거래작품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같은 국내외 블루칩 작가의 작품만 구입해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작품 선정은 테사의 100% 자회사인 ‘테사 에셋’ 아트리서치팀이 데이터에 기반해 고르고 있는데, 연간 1000만달러 이상 경매 거래 금액, 연간 경매거래 횟수 100회 이상, 경매 유찰률 30% 이하, 글로벌 경매 기관의 거래 이력, 전 세계 아티스트 랭킹 200위 이내 등의 엄격한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미술을 잘 모르는 고객이 테사 전체 회원 중 30%에 달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안정적 투자처로 미술품을 엄선해서 판매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조각투자 기업은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미국의 예술품 투자 플랫폼 마스터웍스(Masterworks)는 지난해 상반기 누적 판매액만 40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누적 판매액 목표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는 소더비, 크리스티 등 보수적인 미술품 경매사의 VVIP 고객이 됐다. 당초 미술품 조각투자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던 미술계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 초 영국의 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해 판매를 진행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갤러리 관계자로부터 이런 비즈니스인 줄 알았다면 작품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항의성 메일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블루칩 작가를 선정하는 데이터 기반 기준과 판매 성과를 차츰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유명 글로벌 경매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내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테사는 해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테사는 해킹 및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작품 소유권 현황과 거래 이력 등을 블록체인상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관리하는 블록체인 분산 원장 특허 기술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원천기술을 통해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스템 안정성을 인정받은 만큼 테사의 기술력 역시 해외에서도 통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테사가 구입한 작품은 지자체에 무료 대여하는 등 문화와 예술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고, 향후 미술투자의 대중화를 통해 작품 구매 경험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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