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대신 모니터로 판독, 진단 정확도 향상… 맞춤형 정밀의료 포석 될 것"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3. 1. 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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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_ 고현정 서울아산병원 교수
진단 역할 병리과, 디지털로 전환
癌·감염·유전질환 등 모든 병 적용
검체 파손·분실·변질 위험은 차단
빅데이터 구축… 미래 의료 디딤돌
서울아산병원, 5년 투자 결실
최첨단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고현정 교수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디지털 전환은 수년째 의료계 핵심 화두다. 검사·치료부터 약 조제·데이터 관리 등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작업이 이미 디지털화됐고, 그에 필요한 기술 역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병리'도 그 중 하나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개발·도입되면서 병원 병리과에서는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병을 진단하고 있다. 환자 역시 진단을 받거나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고현정 교수를 만나 디지털 병리에 활용되고 있는 여러 기술과 장점,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병리과에서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병원에서는 환자를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를 실시한다. 병리과는 진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질환 여부와 진행 정도를 진단하며, 환자의 조직 등을 관찰해 병을 확진한다. 조직을 고정한 후 블록 형태로 만들어 'H&E'라는 염색법으로 형태를 관찰하는 것이 검사의 시작이다. 이후 필요에 따라 특수염색, 전자현미경 검사 등을 추가적으로 실시하고, 정보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병리 진단을 한다. 이외에 외과 의사가 수술 범위를 확실하게 정할 수 있도록 수술 중 환자의 조직을 채취·동결해 병리 의사가 조직을 관찰하기도 한다."

―병리과에서 진단하는 질환의 종류는?

"환자의 조직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모든 검사가 병리과에서 진행된다. 암 외에 감염질환, 유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도 병리과 진단이 필요하다.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거부 반응을 진단하는 것 또한 병리과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가?

"우선 EMR(병원 전자의무기록) 데이터와 환자가 전에 받았던 검사들을 다시 한 번 자세하게 확인한다. 과거 병리 검사를 받았을 경우 해당 검사에 대한 기록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슬라이드와 이미지를 비교해 현재 질환의 성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한 뒤 추가 검사를 실시할 때도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조직 표본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검체의 질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검체 제작 과정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 병리과 진단의 특징은?

"디지털 병리 도입 전에는 유리 슬라이드를 제작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병리과 진단을 수행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하루에 제작하는 슬라이드 수가 3000~4000장인데, 이를 사람이 직접 순서대로 배열하고 병리 진단지와도 맞춰야 했다. 분야별 의료진에게 배분하는 것 또한 사람 손을 거쳤다. 공간이 부족해 다른 공간에 슬라이드를 보관하다 보니, 과거 슬라이드와 비교해야 할 때 해당 공간까지 이동해 슬라이드를 찾아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슬라이드가 파손·분실될 위험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장기 생존 환자의 경우 10년 이상 지난 슬라이드를 봐야 하는데, 변색으로 인해 정확한 검사가 어려울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하면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이용하는 다양한 최신 진단 기법들 또한 활용하기 어렵다."

디지털 병리는 기존 방식보다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 받는다.

―디지털 병리란?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한 뒤, 판독 뷰어를 통해 진단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려면 검체 제작·판독을 비롯한 모든 과정과 장치가 디지털 병리에 최적화돼야 한다. 현재 디지털 병리에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미경 수준의 초고화질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과 이미지가 끊이지 않는 고급 수준의 스트리밍 기술이 요구된다. 병리 이미지의 경우 다양한 배율에서 전체적인 형태와 세포를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이미지를 수시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밖에 매칭되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과 다른 진료과 의사와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양이 매우 높은 서버와 대용량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디지털 병리의 장점은?

"아날로그 방식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해결하고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슬라이드를 일일이 배분하지 않아도 되고, 슬라이드 보관 장소를 별도로 마련하거나 슬라이드를 가지러 이동할 필요도 없다. 스캐너 여러 대를 활용해 슬라이드를 동시 스캔한 뒤 다양한 이미지를 함께 업로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필요한 이미지만 확인 후 진단해 진단 소요 시간이 짧아지며, 불필요한 업무들이 줄면서 인력 또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병리를 통해 구축된 빅데이터를 정밀의료에 필요한 여러 기술이나 진단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디지털 병리 도입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은?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활용이 가능하도록 전반적인 업무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17년에 도입 계획을 수립한 후 지난해까지 총 5년에 걸쳐 준비해왔다. 판독 검사실은 물론, 디지털 스캔에 필요한 도구와 여러 보조 기계들도 도입·교체했다. 병원마다 시설이 다른 만큼 각 병원 상황을 먼저 분석하고, 병리과뿐 아니라 IT, 정보 보안 등 유관 부서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 같은 준비가 없으면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기 어렵고 도입한 후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어떤 기술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할까?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확대되려면 계속해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돼야 한다. 이미지, 스캐너 관련 기술이 개발된다면 세포 병리 검사나 수술 중 동결 진단 등을 시행할 때에도 디지털 병리가 도입될 수 있다. 이외에 병리 진단·보고 과정에서 업무 효율과 데이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자동 리포팅 기술과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기술 또한 진단에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개선돼야 하며, 판독 관련 장비, 서버 관리 기술, 이미지 분석을 위한 AI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구축·저장하는 데 많은 비용이 사용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서버 저장 기술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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