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두산 영건들 “세혁이 형, 저평가받지 않았으면”

차승윤 2023. 1. 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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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등판한 두산 홍건희가 6대 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포수 박세혁과 자축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박세혁(33·NC 다이노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의 주전 포수였다. 2016년 이후 양의지(두산)의 '특급 백업'으로 주목받았다가 3년 만에 주전 기회를 얻었다. 2019년 타율 0.279 OPS(출루율+장타율) 0.736으로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두산의 통합 우승도 이끌었다.

그러나 박세혁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흔들렸다. 지난 두 시즌 OPS가 0.566과 0.636으로 크게 부진했다.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Pass/9(9이닝당 허용한 폭투와 포일의 합계)이 0.55로 KBO리그 주전 포수 중 최하위권이었다. 폭투(47개)와 포일(7개)을 합쳐 50개 이상 기록한 이는 그뿐이었다. 도루 저지율도 24.2%에 불과했다.

박세혁의 부진은 두산이 양의지를 재영입한 이유였다. 반대로 양의지를 잃은 NC가 박세혁을 4년 총액 46억원에 잡았다. 자연스레 '오버페이' 논란이 박세혁을 따랐다. 

다만 참작할 부분들이 있다. 영건 투수들을 이끈 박세혁의 리더십이다. 두산은 2020년부터 마운드 리빌딩을 단행했다. 홍건희, 최원준, 최승용, 곽빈, 정철원 등 1군 경험이 적었던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모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한 시즌 이상 1군 마운드를 지키면서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투수의 성장통을 함께한 포수가 박세혁이었다. 팀 필승조로 성장한 신인왕 정철원은 그의 1군 첫 파트너인 박세혁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정철원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양의지 선배가 오시는 것도 많이 기대되지만, 세혁 형과 함께했던 정도 있다. 이별하게 돼 아쉽다"며 "투수에게 정말 잘 맞춰주던 형이다. 도루 저지·블로킹·투수 리드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포수였다. 우리 어린 투수들에게 맞춰주다 형의 개인 성적이 떨어졌다. 도루 허용은 투수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다. 폭투와 포일도 투수가 말도 안 되게 던졌으니 나온 것"이라고 변호했다. 

2021년 한국시리즈 1선발과 2022년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한 곽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세혁 형은 다른 팀 주전 포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커리어가 뛰어난 선배들과 비교돼 저평가를 받으시지만, 장점이 정말 많은 포수였다. 작전 수행 능력도 좋았다”며 “지난 2년 동안 우리 선발 투수들 때문에 고생하셨다. 후배들을 챙겨주시느라 김태형 전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빈은 이어 "FA 직전 시즌이어서 성적에 스트레스도 많으셨을 텐데, (투수들을 위해) 희생하신 것”이라며 “세혁 형의 사인에는 '어떻게 하면 실점을 막을까'에 대해 고민하신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신뢰가 갔다. 저평가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했다.

46억원을 받았다고 박세혁의 타격이 일취월장할 가능성은 작다. 대신 NC에서도 4년간 젊은 투수들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재활 훈련을 마친 에이스 구창모를 비롯해 김시훈·송명기·정구범 등이 NC 마운드에 포진해 있다. 베테랑 포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다.

박세혁 계약은 미래의 주전 포수로 기대받는 김형준이 자리 잡는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세혁의 계약이 4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여기에 달렸다. 

차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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