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KBS도 ‘과감한 투자’…위기의 지상파가 찾는 돌파구
지난달 연말 시상식이 끝나자, 어김없이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각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내놓는 수위 높은 장르물들이 화제성을 차지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등 깜짝 흥행작 역시 비지상파 채널에서 탄생한 가운데, 이제는 지상파 시상식들도 ‘권위’를 세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최고상인 대상 수상자까지도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면서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현실을 실감케 했다. MBC에서는 ‘빅마우스’의 이종석이, KBS에서는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가, SBS에서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남길이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다수의 수상자들이 ‘받을 자격이 있었나’라는 의문의 시선을 받았다. 대박이 아닌, 중박 수준의 작품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확고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하던 주말드라마마저 흔들리게 된 KBS는 대상까지도 공동으로 수상하면서 더욱 빈축을 샀다. ‘태종 이방원’, ‘법대로 사랑하라’ 두 작품 모두 대상 수상으로 이어질 만큼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동수상으로 그 아쉬움을 채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매년 ‘그들만의 잔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지만, 지난해에는 작품 라인업의 빈약함만이 강조된 시상식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 가운데, 김의철 KBS 사장 또한 신년사를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지난 1년 동안 보도·편성 제작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 그만큼 KBS의 방송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은 공고해졌고, 공영미디어로서의 위상은 높아졌다”고 공정성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뉴스와 드라마, 예능, 디지털까지 시청률과 광고 판매에 있어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콘텐츠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며 KBS의 빈약한 재정 구조에 대해 짚었던 것.
김 사장은 2023년 콘텐츠 시장의 키워드에 대해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IP 지적재산권 확보, 글로벌 제작 투자로 예상된다”고 분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KBS도 드라마/예능에서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일/주말드라마에 적정한 제작비를 투입해 명실상부 ‘연속극 강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과감한 투자로 IP를 확보하고 글로벌 OTT를 해외 유통의 경로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특히 “미니시리즈도 본사 드라마센터와 몬스터유니온의 결합력이 높아진 만큼 확실한 ‘원투펀치’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김 사장은 “예능도 트렌드를 선도할 킬러 콘텐츠 제작을 위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OTT 콘텐츠에 못지않은 제작비를 투입하겠다”고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콘텐츠 수익 다각화를 통해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에 대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MBC와 EBS는 공영성 강화와 콘텐츠 혁신을 동시에 강조했다. 지난해 월드컵 중계 방송, 뉴스 채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에 대한 성과를 자찬하면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콘텐츠 혁신을 계속 이루어 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성제 MBC 사장은 이를 위해 “시선은 드넓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되 두 발은 공영성 위에 굳건히 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토론 등 저널리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들에 제작예산을 넉넉히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열 EBS 사장은 저출생 극복, 독서 진흥, 교육 혁신을 위한 다큐 등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플랫폼을 겨냥하겠다는 목표를 전하면서 “EBS는 콘텐츠 혁신 분야를 지상파TV에만 그치지 않고 올해 EBS 정체성에 맞는 OTT·유튜브 콘텐츠를 지상파TV 조직과는 별도 조직을 통해 대거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천원짜리 변호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그나마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하며 유일하게 누구에게 대상을 줘야 할지 제대로 고민했던 SBS는 앞서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예능 스튜디오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1월 창사 32주년 기념식에서 박정훈 SBS 사장이 슈퍼 IP 생산 성과를 칭찬하면서 “코로나 시국이지만 글로벌 사업도 멈추지 않았다. 독일에서 케이팝(K-POP) 공연을 개최했고 필리핀 ‘런닝맨’ 공동제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DNA 싱어’를 비롯한 콘텐츠 포맷 수출의 영역도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글로벌 시장의 꾸준한 겨냥을 예고한 한편, “예능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상암동으로 이전해서 제작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아울러 예능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해 왔다”면서 예능 스튜디오 추진에 대해 언급한 것.
현재 유튜브, OTT 등이 급부상하면서 이미 흔들리던 방송 콘텐츠 독과점 역할은 완전히 무너졌다. 오히려 입지는 흔들리는 상황에서 드라마, 예능 콘텐츠들의 제작비는 상승하면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지금과는 다른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해진 상황에서 각 방송사들 모두 공영성은 유지하되, 콘텐츠 분야에서 색다른 시도를 예고 중인 것.
물론 물론 지난 2021년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약 18조 원을 투자하는 동안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이 모두 합쳐 약 5조 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글로벌 OTT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간 쌓아온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새롭게 내세운 무기들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올 한 해 지상파가 보여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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