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된 '병적별도관리제'… "제대로 운용됐다면 병역면탈 막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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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 연예인, 법조계, 고위공직자 자녀 등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면탈' 사건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우리 사회가 새해 벽두부터 긴장하고 있다.
병역면탈로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는 대다수 인물이 이 병적별도관리 대상인 것으로 보여 충격을 준다.
장 변호사는 "병적별도관리제가 제대로 운용만 됐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제도 시행을 위해 병무청 내 인력은 충분했는지 여부 등 허점들을 짚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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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배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 연예인, 법조계, 고위공직자 자녀 등이 연루된 대규모 '병역면탈' 사건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우리 사회가 새해 벽두부터 긴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허점이 생긴 '병적별도관리제'를 다시 살펴보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장달영 변호사(LAW&S 스포츠문화법정책연구소 대표)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병역면탈은 병적별도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벌어진 비리라는 점에서 이전 병역면탈들에 비해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병적별도관리제는, 국민들로부터 병역이행 여부에 대해 큰 관심을 받는 대중문화예술인, 체육선수, 4급 상당 이상의 공직자 및 고소득자, 그의 자녀 등의 병적 사항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다. 사회 유력층의 병역비리 스캔들이 반복되자 병무청은 2017년 9월22일부터 이 제도를 운용해왔다. 이에 따라 대상자들은 병무청으로부터 병역처분의 적정성을 검증받고 신체검사 관련 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병무청에 제출해 모니터링받았다.
병역면탈로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는 대다수 인물이 이 병적별도관리 대상인 것으로 보여 충격을 준다. 병역면탈을 시인한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7·OK금융그룹)도 별도관리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속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차례 모니터링했음에도 병역면탈을 막지 못했다는 건, 사실상 이 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병적별도관리제가 제대로 운용만 됐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제도 시행을 위해 병무청 내 인력은 충분했는지 여부 등 허점들을 짚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병역면탈 브로커들을 도운 내부의 '공공의 적' 색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규모 병역면탈과 관련해 군 수사관(군무원) 출신 브로커로 밝혀져 구속기소된 구모씨 혼자서는 실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병역 문제를 해결해주는 행정사 사무소를 차리고 고객들로부터 건당 수천만 원씩 받고 뇌전증과 같은 지병 발생, 입영연기, 생계곤란 등 다양한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엔 병무청 내 조력자 등 공범이 다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도 이를 주목해 조직적인 범행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살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은혜)는 구씨 밑에서 일한 전력이 있는 또 다른 브로커 김모씨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프로축구 1부리그 구단에 소속돼 활약 중인 선수 A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구씨의 도움을 받아 뇌전증 판정을 받고 병역을 피했다. 오는 5일에는 허위 뇌전증으로 4급인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조재성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한편 수사팀은 최근 대검찰청으로부터 수사관들을 파견받아 규모를 더 키웠다고 한다.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이 지난달 29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건을 보고하며 수사팀 충원을 요청했고 이 총장이 승인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사관들이 추가로 파견되거나 남부지검 내에서 타 부서가 수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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