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율 1위들’, 출마선언 왜 계속 미룰까
출마 선언 미루자 불출마 관측까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여당 차기 당대표를 꼽아 달라는 여론조사에서 민심과 당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이 출마를 두고 '장고(長考)'하고 있다.
전당대회 일정 논의가 시작됐는데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심 100%로 경선 규칙이 바뀌면서 당선 가능성이 줄었고, 나 부위원장은 '윤심(尹心)'의 행방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은 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여러 가지 고민 중"이라며 "제가 맡은 역할 뭐 이런 부분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YTN '박지훈 뉴스킹입니다'에 출연한 유 전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고민을 참 많이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제가 국민의 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느냐, 그게 제일 고민"이라고 전했다.
나 부위원장과 유 전 의원 모두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인물들이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1일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30.8%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유 전 의원은 지지층 상관없는 조사에서 24.8%로 1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전당대회(3월 8일)까지는 6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부터 전당대회 일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일찌감치 출마를 확정 짓고 당협을 돌며 '당심 잡기'에 나선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들이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승민 '차라리 대권 큰 그림'
유 전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이 '책임당원 투표 100%'로 경선 규칙을 바꾸면서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도 희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는 지지층을 가리지 않는 투표에서는 1위를 차지하지만, 투표 대상을 지지자들로 바꾼 순간 나 부위원장이나 안철수 의원, 김기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도 순위가 밀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1 '주진우 라이브'에서 "당선 가능성은 (기존의) 당심 70%, 민심 30%에도 쉽지 않은데 지금 당심 100%가 됐기 때문에 더 어렵다"며 "아마 결선 투표 2등 안에는 못 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 보수 지지층 여론조사를 보면 2층 안에도 못 들어간다"고 했다.
그렇다고 '참가'에만 의의를 두기에는 유 전 의원의 정치적 체급이 대선주자급으로 무겁다. 정치적 타격만 입는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다. 하 의원도 "(유 전 의원의) 체급이 전당대회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그런 체급은 아니잖나"라고 반문했다.
나경원 '윤심은 어디에'
나 부위원장은 바뀐 경선 규칙 덕에 출마 시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출마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맡긴 중책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당권 경쟁 중인 김기현 의원도 3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아주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에 대해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맡은 지 한 두 달 만에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까"라며 압박했다.
'친윤'을 자처하고는 있지만, 정작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은 '다른 곳'에 있다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는 점도 문제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윤심을 존중하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 누구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고 싶다'는 이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연대'를 바탕으로 당내 '윤심 후보'로 거론되는 김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최근 김 의원의 당내 지지율이 5위권에서 3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은 위협적이다.
장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점차 '결단의 때'는 다가오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 당협위원장은 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예정돼 있고, 각각의 당권주자들이 캠프를 꾸리는 과정에 있다. 나 부위원장을 지지하거나 지지할 의사가 있는 분들 가운데서도 여기서 빠르게 당겨오는 경우에는 나중에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나 부위원장 입장 정리가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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