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한국의 페르라셰즈공원 '망우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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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길을 따라 오르며 산의 경치와 묘지를 바라보니 아무 곳에서나 마주할 수 없는 신성한 경외심이 마음에 깃든다.
망우리시립공원묘지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용마산 능선까지 오르는 코스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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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코스는 망우고개에서 광나루역까지다. 서울 둘레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한강을 따라 나란히 산세를 이룬 망우고개를 시작으로 깔딱고개를 넘어 용마산 갈림길을 지나는 길이다.
망우고개는 근대에 접어들어 공동묘지가 세워진 곳이다. 산 자와죽은 자의 경계를 나누는 신성의 공간 안에는 우리나라를 빛낸 위인들의 넋이 잠들어 있다. 천천히 길을 따라 오르며 산의 경치와 묘지를 바라보니 아무 곳에서나 마주할 수 없는 신성한 경외심이 마음에 깃든다.
망우리시립공원묘지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용마산 능선까지 오르는 코스는 쉽지 않다. 중간에 오르는 계단이 200여 개나 된다. 용마산 능선에 올라서면 서울 둘레길과 구리 둘레길 표시가 이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히 확인하며 주 능선길을 따라 직진해야 한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공동묘지라는 다소 무거운 공간의 이미지로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자연이 온전히 보전돼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저절로 걸음이 느려져 한국판 ‘페르 라셰즈 공원’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페르 라셰즈 묘지 또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는 프랑스 파리 20구 안에 있는 파리에서 가장 큰 묘지다. 최초의 정원식 공동묘지이자 최초의 지방자치적 공동묘지로 잘 알려져 있다.)
용마산 능선에서 아차산 4보루 성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아차산은 조선 명종 때 이름 난 점쟁이인 홍계관이 ‘아차’하는 순간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처형된 곳이다. 이때부터 아차산이라 불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용마산에서 아차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해맞이광장이 나타난다. 서울의 대표적인 일출 포인트로 알려지면서,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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