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은퇴"를 말했던 호날두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임주형 2023. 1.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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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카타르, 두바이 축구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 나는 존엄하게(dignity) 은퇴하고 싶다."

바르자니는 "기자 자말 카쇼기 피살 사건, 인권 탄압 등 문제로 비판받았던 사우디는 (축구팀 투자로) 서구에 리브랜딩을 할 수 있었으며, UAE나 카타르 등 라이벌 국가들과의 경제적 경쟁도 할 수 있었다"라며 "걸프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라이벌 의식이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이들의 축구 시장 진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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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의 축구사랑, 왜
국가브랜드 경쟁력 높이고
중동 왕가 대리전 양상도

"미국이나 카타르, 두바이 축구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 나는 존엄하게(dignity) 은퇴하고 싶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2013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이미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그는 쟁쟁한 구단이 몰린 유럽 리그에서 경력을 마치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호날두는 그동안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 알 나스르와 계약했다. 그가 유럽에서 중동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지만, 막대한 연봉 또한 핵심 요인으로 추정된다. 호날두가 알 나스르에서 받는 연봉은 1억7500만파운드(약 2730억원)다.

최고의 축구선수도 '오일 머니'를 뿌리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축구팀의 글로벌 성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실적과는 상관없이 팀 내 선수들은 호화로운 연봉과 혜택, 훈련 시설을 누린다.

축구를 향한 오일 머니의 관심은 비단 국내 축구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중동 국가는 유럽 명문 축구팀 인수전에도 치열하게 임하기 때문이다. 중동이 유독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 팔아 번 돈, 축구 지원 '실탄' 되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FC와 계약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왼쪽) / 사진=알 나스르 트위터 캡처

중동 축구는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일례로 카타르 정부는 2005년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츠먼트(QSI) 펀드를 설립, 국내외 축구팀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카타르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유치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냈으며, QSI를 비롯한 국부 펀드의 핵심 인사인 국왕은 유럽 명문 파리 생제르맹의 구단주이기까지 하다.

중동 왕가는 석유 등 자원 사업을 벌여 축적한 자산을 기반으로 국부 펀드를 조성하는데, 이같은 펀드 중 상당한 금액이 축구팀 인수에 투자된다.

사우디 펀드는 한때 영국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4억달러(약 5080억원)를 투자했으며, 또 다른 명문팀인 맨체스터 시티는 아랍 에미리트(UAE) 왕가 출신 사업가 셰이크 만수르가 인수했다.

축구팀 투자로 위상 높이는 중동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루사일 경기장 / 삿진=연합뉴스

왜 사우디, 카타르, UAE 등 중동 국가는 축구 투자에 열성일까. 명문 축구팀의 '상품 가치'는 투자 요인이 된다. 축구 시장 분석 기업 '풋볼 벤치마크'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등의 축구팀 가치는 2019년에만 약 9% 상승했으며, 각 구단의 영업이익은 65% 개선됐다.

유럽 프로 리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국부 펀드는 유망한 축구팀에 거액을 투자함으로써 향후 더 큰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UAE의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등 명문 축구팀을 전속 홍보대사로 기용해 중동 기업과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었다.

사우디·UAE·카타르 등 '왕실 경쟁' 양상도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유럽 명문 축구팀을 홍보대사로 내세우기도 한다. / 사진=연합뉴스

중동의 축구 인수 경쟁이 각국 왕실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워싱턴 국제 관계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소속 헤자 바르자니는 지난해 4월 기고한 글에서 중동 국가의 축구 투자 활성화가 사우디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왕실이 축구팀 투자를 통해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한 것을 본 뒤로 다른 왕실이 뛰어들면서 경쟁 양상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바르자니는 "기자 자말 카쇼기 피살 사건, 인권 탄압 등 문제로 비판받았던 사우디는 (축구팀 투자로) 서구에 리브랜딩을 할 수 있었으며, UAE나 카타르 등 라이벌 국가들과의 경제적 경쟁도 할 수 있었다"라며 "걸프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라이벌 의식이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이들의 축구 시장 진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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