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따뜻한 환상에서 만난 무해한 코미디 [쿡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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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엉뚱한 말인가.
쉴 새 없이 코미디가 나오지만, 박강의 성장 서사가 메인 요리다.
코미디는 대부분 성공한다.
보는 사람이 불편한 코미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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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무슨 엉뚱한 말인가. 이미 지나간 선택을 어떻게 바꾸고,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정확히 어떤 선택을 말하는 건지도 알 수 없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에 탄 톱스타 박강(권상우)이 같은 질문을 듣고 보여주는 태도도 비슷하다. 굳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을 할 이유도, 애써 택시 기사의 질문에 답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다르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위치’(감독 마대윤)는 하나의 엉뚱한 질문이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 때 벌어질 일을 그린 영화다. 국내 최고의 인기 배우지만 집에 가면 늘 혼자인 박강. 그가 과거 첫사랑 수현(이민정)과 헤어지지 않고 결혼한 상황에서 눈을 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잔소리를 하고, 두 아이가 그를 반긴다. 집은 좁아졌고, 뚜렷한 직장도 없다. 대신 현실에서 자신의 매니저였던 조윤(오정세)은 톱스타가 돼 있다. 바뀐 현실을 거칠게 부정하던 박강은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최근 유행하는 회귀물이나 환생물은 아니다. 안하무인에 불친절한 주인공이 자신을 돌아보며 개과천선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서사에 가깝다. 주인공의 나이나 시간대는 그대로고, 주인공의 과거 선택만 변했다는 설정이다. 박강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뀐다. 영화는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반대편에서 대립되는 설정을 활용한다. 과거 친구였던 톱스타와 매니저, 결혼과 비혼, 고급차와 경차, 펜트하우스와 전셋집 등이 그렇다. 바뀌지 않은 건 주인공 박강 하나다. 박강은 다시 재연 배우부터 시작해 배우 경력을 쌓는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인간으로서 성숙해진다. 쉴 새 없이 코미디가 나오지만, 박강의 성장 서사가 메인 요리다.
코미디는 대부분 성공한다. 보는 사람이 불편한 코미디가 아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공격하지도 않고,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하거나 심한 욕설을 섞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은 언뜻 비현실처럼 과장되어 있다. 하지만 인물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마땅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것 역시 특징이다.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괴롭히는 대립적 위치엔 또 다른 주인공처럼 보이는 친구가 존재한다. 마치 한 사람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다. 상황 리액션으로 풀어가는 코미디인 만큼, 배우 권상우와 오정세의 비중이 높다. 두 배우가 모두 제 역할을 다한다. 덕분에 여러 번 웃음이 터진다.
주인공이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는 환상. ‘스위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이 환상은 영화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첫사랑과 결혼하는 선택의 결과를 보여줘 영화는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얻었다. 동시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한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과거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세계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산다. 억지로 개과천선하도록 하늘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하면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과한 참견처럼 느껴진다.
2023년 새해를 맞아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다. 불편한 요소가 거의 없고, 공감할 여지가 많다.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코미디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꿈같은 상상에 빠져 현실을 잠시 잊기 좋은 영화다.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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