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 2023-③] 2금융권 한파 거세진다…서민금융 '카오스'
예대마진 악화…릴레이 대출중단
당국 "건전성 관리 유연하게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속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풀렸던 유동성이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로 거둬 들여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저 성장 심화 속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금융권과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에도 유동성 한파가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축으로 인한 돈맥경화(자금경색)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악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 시 조달비용 부담이 크고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짙어서다.
희망퇴직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고육책에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소비자 혜택에까지 손을 댈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면서, 중저신용자 등 서민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금융권의 주요 키워드는 생존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영향이 컸던 탓이다.
여전사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는 최근 5% 중반까지 내려왔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8~9%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를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당분간 카드론 금리 인상, 한도 축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와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84%로, 연중 처음 14%를 넘어섰다. 이처럼 카드론을 쓰기 부담스러워지면서 지난 달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4조2866억원으로 한 달 새 5456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서 밀림과 동시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직면해 있다. 실제 최근 한국기업평가‧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 모두 저축은행의 새해 전망을 사업환경 '비우호적', 실적전망 '저하',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여신포트폴리오 특성 상 전체 여신 내 비중이 높아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지표의 방향성은 부동산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며 "2023년 PF대출 및 브릿지론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의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은 또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에서도 불안한 모습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 양호한 예대마진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평균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9월 2%대에서 10월 1.8%대로 급락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여기에 법정최고금리(20%) 규제로 인해 대출을 취급할수록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은 금융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던 대출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서민들의 대출창구 빗장을 걸어 잠갔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이같은 조치에 제도권 금융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대부업마저 대출취급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2금융권의 유동성 악화가 이처럼 소비자 혜택 축소 및 고금리 대출 혹은 대출 중단하는 등 서민들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금융당국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취급 중단 움직임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각 금융사의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대출취급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불법사금융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해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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