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반토막 나고 민원 샌드백 됐다…中철밥통 "자괴감 느껴요"

서유진 2023. 1.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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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에서 '철밥통'으로 불리며 선망의 직업으로 꼽혀온 국가공무원들의 직업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팬데믹 장기화가 정부 재정 악화를 초래하면서 공무원 월급이 대폭 줄어든 데다, 코로나로 인해 업무는 폭증한 탓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수도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이달 초 실시하는 국가기관 하급공무원 채용시험에 구직자 260만 명이 몰렸다. 채용 인원은 3만7100명으로, 경쟁률이 70대 1에 달한다. NYT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간신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도, 직업 선택을 후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이달초 구직자 260만 명이 초급 공무원 일자리 3만7100개를 놓고 시험을 치르게 된다. 사진은 중국의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 사진 트위터 캡처


중국이 지난 3년 간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하급 공무원들은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받아내는 '민원 샌드백' 신세가 됐다. 베이징에서 사무 공무원으로 일해온 에이미 류는 NYT에 "코로나19가 심할 때 매주 한번씩 유전자증폭(PCR) 검사 현장에서 안내를 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도록 강요당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봉쇄 정책은 완화됐지만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오는 춘제(중국 설) 기간에도 공무원들은 휴가는커녕 회의에 참석하고 시민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마을을 조사·감독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16세~24세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상태일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중국 안후이성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몰린 인파. AFP=연합뉴스


급여는 대폭 삭감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하면서 지방정부들의 재정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지난해 6월 일부 지역에선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만만한' 공무원 급여부터 대폭 줄였다.

홍콩명보는 상하이·선전·항저우 등 주요 도시 수십 곳이 재정 부족과 코로나19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공무원 연봉을 30~50% 깎았다고 전했다. 상하이는 고위 공무원 연봉이 기존 35만 위안(약 6700만 원)에서 지난해 20만 위안(약 3800만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일반직군 공무원 연봉도 기존 24만 위안(약 4600만 원)에서 15만 위안(약 29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성과급도 전부 취소됐다.

2022년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독재 반대'를 외치며 시진핑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NYT는 '백지 혁명' 세대인 중국 청년층이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획일적인 업무, 상명하복식 공무원 문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도 전했다.

TV나 영화 등 문화콘텐트 검열을 맡고 있는 공무원 캐서린 스는 "업무를 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은 문화콘텐트에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저속한 내용이 있는지 사전 검열을 거친 뒤 대중에 공개한다. 정부 방침에 어긋난 내용은 미리 삭제한다.

스는 "문화는 사회의 어두운 면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 속에 발전하는데, 중국은 그 길이 막혀있다"면서 "현재 해외유학을 고민 중이다"고 털어놨다.

NYT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 이래 공무원들에게 선전부가 주관하는 이념 수업 등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만든 것도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린 요인이라 강조했다. 옥스퍼드대 사회인류학과 샹뱌오 교수는 "개혁개방 시기, 중국의 지방정부는 혁신을 장려하고 관광업을 발전시키는 등 교류의 문을 넓혔다"며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정치적 안보목표를 달성하고 상급 감독자들을 기쁘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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