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자제 부탁" 이랬던 오세훈 강경대응…그 뒤엔 이 숫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강경책을 펴기 시작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시위를 벌이는 단체다.
오 시장의 강공은 지난달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전장연에 국회 예산안 통과 시점까지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는데, 예산안 처리 후인 지난달 25일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의 0.8%(106억원)만 반영됐다”며 시위 재개를 선언했다.
자신들이 장애인 권리 증진 명목으로 요구한 예산 약 1조3000억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일방적으로 휴전을 파기하자, 오 시장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이후 오 시장은 새해 첫날에도 “민ㆍ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란 메시지를 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이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를 상대로 낸 조정안도 거부했다. 조정안은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시위로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전장연은 “유감스럽지만 수용한다”고 밝혔으나,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난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이 무관용 원칙을 밝힌 이후인 어제ㆍ오늘 서울시 간부회의에서도 연달아 전장연에 대한 원칙 대응을 주문했다”며 “오 시장이 전장연 시위 대응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인권이란 민감한 사안이 얽힌 전장연 시위에 오 시장이 강한 입장을 내놓자, 정치권에선 “부드러운 이미지였던 오 시장이 투사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전장연에 대해 “시위 자제를 부탁한다”는 정도로 완곡히 대처했던 모습과는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을 거세게 비판할 때도 나서지 않았다. 이후 전장연 시위에 대응한 서울시의 무정차 통과 방침도 대통령실이 먼저 시에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불법 시위에 민감한 보수층에선 “오 시장이 너무 무르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는 사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성파 의원들과 한 치의 물러섬없이 연일 맞붙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치고 올라왔다. 사이다 발언이 특기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0일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차기 대선 후보감으로 한 장관이 23.6%로 1위였고, 홍 시장 10.5%, 오 시장 5.4%의 순서였다.
당초 전장연 시위에 대해 온정적이었던 중도층도 요즘은 시위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라 “오 시장의 강경 선회가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을 것”(오 시장 측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전장연 시위 장기화에 따라 오 시장이 일반 시민에 법과 원칙을 강조할 명분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KBSㆍ한국리서치의 전장연 시위 관련 조사(지난달 22~26일)에서 응답자의 과반(56%)은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보수’(76%)가 제일 높은데, ‘둘 다 아님’(56%)도 과반이었다. 중도층에도 전장연 거부감이 있다는 뜻이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원칙적인 대응을 한 뒤 보수ㆍ중도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오 시장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전장연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장기간 발생했다”며 “화물연대 사태에서 보듯, 불법 시위에 대한 원칙적 대응은 많은 시민에 호응을 얻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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