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친구아들…재력가? 생활고” 이기영 황당 허언들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그간 주변에 해왔던 ‘허언’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 재력가인 것처럼 속인 건 물론 친구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인 것처럼 말하고 다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이기영의 2018년 결혼이 재혼일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 재혼 관련 이기영 지인들의 증언은 이기영의 허언을 오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3일 MBC가 보도했다. 2018년 이전에 결혼한 적은 없었고, 자녀가 있다고 말한 것은 친구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인 것처럼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이기영은 2018년 한 여성과 결혼한 이후 이혼했다. 그런데 당시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기영의 지인은 “이기영이 이전에 한 차례 결혼을 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예전 직장 동료였다는 이 지인은 “이기영이 처음 결혼한 여성과 아들을 뒀다”고 MBC에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이기영이 자녀가 있는 것처럼 꾸며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기영이 2018년 결혼 이전에 결혼한 적이 없었고, 자녀도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기영은 이 밖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건물주 손자다’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재력을 과시하는 허언들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의 한 지인은 “할머니가 돈이 좀 있고 건물이 있는데 한 서너 개 된다 그러더라. 자기가 또 건설 쪽에, 인테리어 쪽에 손을 댄 게 있다고 했다”고 MBC에 말했다. 이기영에게 살해된 동거녀의 지인들도 “(이기영이) 뭐 주점을 차려줄까 아니면 카페를 차려줄까 (말했다고 하더라)” “10억, 20억 공사 얘기를 하고 사무실이 서울에 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기영은 별다른 직장 없이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고, 이마저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이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과 2018년 결혼했다 이혼한 전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이기영과 지내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이기영은 생활고를 이유로 음주운전 처벌도 최저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2019년 11월 20일 새벽 전남 장성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미 2013년과 2018년에도 음주운전으로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터라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이었다.
2019년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금이 길어질 경우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고려해 작량감경을 거친 법정 최저형으로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작량감경은 법률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이다.
한편 이기영은 당초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었으나, 경찰의 수색 개시 일주일 만인 3일 돌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기영이 매장지로 지목한 지점은 기존 수색 지역에서 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주 집에서는 10㎞가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수색 작업에는 굴착기와 경찰 인력, 수색견 등이 투입됐으나 날씨가 춥고 땅이 얼어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 작업은 4일 재개될 전망이다.
경찰은 또 이날 이기영의 경기도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 등 총 4명의 DNA(유전자)가 나왔다는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회신받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DNA의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수천만원을 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을 4일 검찰로 송치한다. 이기영은 이날 오전 9시쯤 일산 동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이송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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