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험지 출마론

남도영 2023. 1. 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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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險地)는 험난한 땅이라는 의미인데, 정치적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텃밭에서 몇 차례 당선됐으니, 험지에 출마해 당에 보탬이 되라는 명분이다.

수도권에도 험지와 텃밭이 있다.

텃밭과 험지를 양산하는 정치 구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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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논설위원


험지(險地)는 험난한 땅이라는 의미인데, 정치적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말은 텃밭이다. 국민의힘에는 호남 지역이, 더불어민주당에는 영남 지역이 험지다.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에서 ‘험지 출마론’이 등장한다. 주로 당 중진들이 험지 출마 대상이 된다. 텃밭에서 몇 차례 당선됐으니, 험지에 출마해 당에 보탬이 되라는 명분이다. 험지에 출마해 당선되면 좋고, 떨어져도 중진 지역구를 물갈이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 험지인 대구에 4번 출마했다. 총선(수성갑)에 3번, 대구시장 1번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승리했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이긴 유일한 사례였다. 보수당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전남(순천)에서 당선된 첫 번째 보수당 후보였다. 심지어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험지에 출마했던 대부분 후보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두 번 승리하더라도 지속적인 정치가 어려웠다. 김 전 총리는 21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이 전 대표는 지역구를 서울로 옮겼다 낙선했다.

수도권에도 험지와 텃밭이 있다. 서울 강북을은 민주당 텃밭이다. 강북을 지역구가 생겨난 1996년 15대 총선 이후 보수당 출신이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천 동·미추홀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오는 모든 후보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자”고 제안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만 찬성했다. 그런데 동·미추홀과 분당갑은 보수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돼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험지에 출마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텃밭과 험지를 양산하는 정치 구조가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 출마해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인 정치”를 말했다. 험지 출마를 놓고 싸우는 것보다 험지를 없애는 구조를 만드는 게 좋은 정치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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