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왕이·친강의 중국식 ‘대국 외교’

권지혜 2023. 1. 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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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임 외교부장 친강이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 외교'의 원조가 된 건 2011~2014년 외교부 대변인을 지내면서다.

주미 대사였던 친강이 외교부장이 되고 외교부장이었던 왕이가 중국 외교 사령탑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에 오르면서 시진핑 집권 3기 대외 정책을 집행할 진용이 갖춰졌다.

왕이는 지난 성탄절 외교부장으로서 한 마지막 연설에서 "2023년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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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베이징특파원


중국의 신임 외교부장 친강이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 외교’의 원조가 된 건 2011~2014년 외교부 대변인을 지내면서다. 그는 중국의 인권 문제나 티베트,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대답 대신 “망상에 근거해 보도하지 말라”는 식으로 거칠게 쏘아붙이거나 독설을 날렸다. 외무 공무원인 외교부 대변인들이 중국 국민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이 무렵이다. 친강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위원회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았는데 위원회 측 인사의 소개가 끝나자 “당신은 한 가지를 빠뜨렸다. 내가 전랑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좌중에선 웃음이 터졌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전랑이라는 수식어를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미 대사였던 친강이 외교부장이 되고 외교부장이었던 왕이가 중국 외교 사령탑인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에 오르면서 시진핑 집권 3기 대외 정책을 집행할 진용이 갖춰졌다. 연출 외교의 달인인 왕이와 늑대 전사인 친강을 주축으로 한 중국 외교팀에 대해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이로대신(以老带新·경험 있는 사람이 젊은이들을 지도한다는 뜻)의 형세를 띨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시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선봉에 섰다.

왕이는 지난 성탄절 외교부장으로서 한 마지막 연설에서 “2023년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외사판공실 주임 명의로 지난 1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게재한 글 제목도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용감하게 나아가자’였다. 왕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고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며 유럽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 중앙아시아 일본 인도 파키스탄 한국 몽골 순으로 외교 기조를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선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짧게 언급했다.

왕이는 특히 시 주석 3연임을 확정한 20차 당 대회 정신 등을 국제사회에 전파하기 위해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압과 보복의 공세적 외교가 한층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새 외교팀 스타일은 올해 첫 미·중 고위급 대화가 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 드러날 전망이다. 1~2월 중 이뤄질 블링컨의 방중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 방향을 설정할 핵심 이벤트로 꼽힌다.

한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지역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주요한 협력 국가’로 서술했다. 앞서 인·태 전략을 공개한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이 중국을 질서 파괴자로 규정한 것과는 차별화를 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들과 연대 강화는 언젠가 대중 관계에서 갈등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관영 CCTV, 신화통신이 2017년 8월 공동 제작한 특집 프로그램 ‘대국 외교’는 시진핑 외교 사상을 중심으로 중국이 세계 평화 건설자, 글로벌 발전 기여자, 국제질서 수호자가 되는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모습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사회는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주장한 호주에 대해, 대만 대표처를 개설한 리투아니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가한 보복 조치를 똑똑히 봤다. 이런 식이라면 중국이 말하는 대국 외교는 강대국이 만든 질서에 순응하라는 대국주의와 다를 게 없다.

권지혜 베이징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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