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씩 10년 쏟아 붓는데… 제구실 못하는 ‘지방소멸기금’

박세환 2023. 1.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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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의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마련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영 방식으로는 지방 인구 증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지역 특색에 맞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지자체에 지원이 집중되도록 심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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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인프라 개선에 투입
인구 유입 효과 기대 어려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의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마련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기금이 주로 지역 인프라 개선에 쓰이고 있고, 여러 지자체가 예산을 나눠 먹는 현행 방식으로는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최초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해 인구감소(관심) 지역으로 분류된 지자체 107곳과 서울·세종을 제외한 광역지자체 15곳 등 모두 122곳에 매년 1조원씩 10년간 약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자치단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라 등급(A~E)을 나눠 금액별로 차등을 뒀다. 인구감소 지역(89곳)에는 112억~210억원, 관심 지역(18곳)에는 28억~53억원이 지원된다. 관심 지역은 곧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지역을 뜻한다.

다만 지자체가 정부에 제출한 기금 투자계획을 보면 생활 인프라 개선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 중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명목으로 35억원을 확보했는데, 이를 국제화센터 조성과 작은 음악당 조성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남 신안군은 태평양 도서국(섬나라) 등과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제출해 최고 금액인 210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자체들이 새로운 인구 유치와 상관없는 사업을 바탕으로 기금을 유치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자체장의 공약 보조비 명목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표한 ‘지방소멸 위기지역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지방 낙후지역의 인프라 구축 사업만으로는 지방소멸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나 수도권으로 나간 청년층을 지방으로 다시 데려올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금 대상 지역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부산 서구와 대구 서구 등 대도시 지역이 강원도 태백, 삼척을 비롯한 도서 산간 지역과 같은 금액(140억원)을 지원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금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배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영 방식으로는 지방 인구 증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지역 특색에 맞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지자체에 지원이 집중되도록 심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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