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로 정책 효율성 강화… 인구·여성 문제 통합 필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전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결국 해를 넘겼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일부터 재개되는 여야 ‘3+3 정책 협의체’도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영 논리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공론화 작업과 사회적 합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여성가족부 정책기능 강화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폐지 대상인 여가부의 김현숙 장관과 행정정책학 전문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성평등정책 전문가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이 참석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소개와 견해를 부탁한다.
△김 장관=여가부가 지난 20년간 여러 성과를 이루었지만 다른 부처와 달리 조직 내에 전달 체계가 없어 국민께 하는 일이 전달되기가 어려웠다. 개정안은 여가부의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나머지 기능은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양해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정책을 부처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부처 간 중복되는 업무를 합쳐 서비스 전달 속도나 효율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홍 교수=여성정책 예산이 약 2000억원, 여가부 예산은 1조5000억원이다. 다른 부처라면 1개국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름이 수차례 바뀐 건 여성정책만 갖고서는 단일부처의 위상이 되질 않아서다. 여가부는 또 국민 절반인 여성을 타겟팅한 부처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여성정책 관련 이슈가 역차별 문제뿐 아니라 젠더갈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 센터장=개정안에 대한 여성계 우려는 두 가지다. 먼저 장관급 부처인 여가부의 위상이 약화되면 성평등 전담조직으로서의 권한도 약화될 것이란 우려, 두 번째는 여성정책이 인구정책으로 흡수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부가 양성평등에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인구정책과 여성정책이 통합 추진될 때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 더 충분히 설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성고용 부문에서 현 체제의 문제는.
△김 센터장=국내 노동시장 성별 격차는 다양한 수준과 영역의 정책을 유기적으로 추진해야 성과가 날까말까하다. 현 여가부 중심 체제가 이런 과업에 적절한지 의문이다. 결국 성별 격차 축소를 주목적으로 주류 노동정책을 재조직 및 혁신하는 게 관건이다. 고용부가 이미 하는 정책을 성인지 관점에서 어떻게 드라이브를 잘 걸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만한 강력한 리더십이 인사·예산 면에서 고용부에 잘 형성될지다.
△홍 교수=동의한다. 부처들은 다른 부처가 맡은 업무에는 손을 놓는 속성이 있다. 고용부와 여가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고용부로 넘어가야 정부가 여성고용 문제에 더 쉽게,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김 장관=두 분 모두 고용부로 여성고용 기능을 옮기는 데 반대는 안 하시는 것 같다. 여가부 여성고용 부문에 새로일하기센터가 있지만 50대 경력단절 여성이 많이 오신다. 하지만 고용 대상에는 젊은층도 많다. 중장년 여성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고용이 유지되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고 직장 문화도 바꾸고 임금 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가부가 할 수 있는 건 매우 일부다.
-다른 부처로 넘어가는 정책이 주변화될 우려는.
△김 장관=리더십의 문제지 조직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우려라 할 수 있다. 물론 부처가 너무 크면 장관이 작은 문제까지 다 못 보는 면은 있다. 하지만 인구 문제가 사소한가. 양성평등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사소해질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홍 교수=정부조직이라는 게 일을 하면 커지려고 하지 줄어드는 습성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이 되면 내부에서 일거리를 잡고 예산도 키운다. 장관이 신경 쓰느냐 여부에 따라 부차적 업무가 되진 않는다.
△김 센터장=안 해본 정책에 대해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려가 나오는 건 현 정부가 과연 양성평등 정책에 비전과 의지를 가졌는지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보완할 점, 또 당부의 말이 있다면.
△홍 교수=정책 기능을 옮기는 건 바람직하지만 새 본부가 복지부 아래서 여성·양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대통령 직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현 국무총리실 산하)를 구성하는 게 옳다. 각 부처가 정책과 사업을 만들기 전에 양성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위원회가 심사하고 맞지 않는다면 예산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소멸로 가는 골든타임을 얼마 안 남겨놓고 있는 국가다. 이 정도로 근본 문제를 해결하긴 요원하다.
△김 센터장=요즘 젊은 여성들이 육아 문제에서 문제를 표출하는 중요 키워드가 ‘독박육아’다. 남성이 양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아이를 안 낳는 거다. 돌봄 인력을 더 고도화·선진화하고, 탈성별화하는 정책을 잘 추진할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여가부가 독립부처로 있느냐 여부보단 인구·가족과 양성평등 정책이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
△김 장관=국회 논의가 중요하다. 정부에서 고민한 취지가 국민께 잘 전달되고 설득돼서 새 시대에 맞는 양성평등 관점이 잘 반영됐으면 한다. 더 많은 분이 더 많은 서비스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뀔 수 있었으면 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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