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나서야 반도체 세액공제율 올리는 기재부

2023. 1. 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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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두 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기업의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정부가 다시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등이 세액공제율을 25%로 늘리기로 한 터에 반도체 업계는 믿었던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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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두 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 역시 공제율이 16%에서 25%로 뛴다. 투자 증가분에 10% 세액공제를 추가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 35%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기업의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정부가 다시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가 입장을 바꿔 세액공제율을 대폭 올린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속히 통과돼 반도체 시장 주도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나 과정상의 혼선, 특히 기획재정부의 타성과 주먹구구식 일처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애초 대기업 세액공제율에 대해 국민의힘은 20%, 더불어민주당은 10%를 내세웠다. 그런데 기재부가 세수가 감소한다며 야당안보다 낮은 8%를 제시했고 이 안이 통과됐다. 미국 등이 세액공제율을 25%로 늘리기로 한 터에 반도체 업계는 믿었던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기재부는 업계 비판에 “반도체 투자에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제지원 중”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당당했었다. 그러다가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하자 입장을 돌연 바꾼 것이다.

11일 사이에 세수가 갑자기 넘치지도, 반도체 환경이 급변하지도 않았다. 대통령 말 한마디만 있었다. 기재부의 무소신, 철학 부재만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본회의 때 정부안에 합의한 야당을 다시 설득해야하는 소모전도 치르게 됐다. 기재부가 숫자 놀이, 세수 계산에 빠져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지적은 자주 나왔다. 고위 관료 및 업계 인사들의 증언을 보면 40년 전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때 가장 반대하던 곳이 지금의 기재부인 경제기획원이었다. 그때도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획원 말대로 삼성이 반도체 시장 진출을 접었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가 있었겠는가. 경제 핵심 부처의 안목이 4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인 게 놀라울 뿐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래서는 기업이 정부를 어떻게 믿고 뛸 수 있겠나. 정부가 일관된 전략이 없으면 민간의 도전과 혁신에도 제동이 걸리게 마련이다. 기재부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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