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인사이트] 제조업→서비스업 무게 이동, 중국 소비자들 지갑 여나
2023년 중국경제 기상도
중국 주식시장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이다. 시장 수급보다 정부 정책에 의해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경기가 불황일 때, 정부의 간섭이 심할 때 ‘정책시’의 성향은 더 두드러진다. ‘시장에 앞서 정부를 읽어라’라는 중국 증시 격언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시장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부동산 시장은 수년째 침체 상태에서 헤매고 있고,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IT기업도 축 처져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일꾼이었던 민영 중소기업 역시 힘들다. 그간 추진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소비 수요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미국의 압박까지 더해져 ‘좋다 할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GDP) 예상치는 대략 3%대 초반. 정부의 목표치(5.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더욱 ‘정책’을 봐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중국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 경제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주택·전기차·헬스케어 대대적 지원
힌트는 역시 지난달 15~16일 이틀간 열렸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찾아야 한다.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알리바바와 위챗 등 ‘빅테크 기업’ 풀어주기다.
신화사가 발표한 공보는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제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동등한 대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간기업의 재산권과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겠다는 1년 전 회의 결과와는 180도 전환이다. ‘공동부유’라는 단어는 아예 없다.
지난 2년여 동안 진행했던 주요 IT기업에 대한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양평섭 박사는 “민영기업을 살리지 않고는 성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둘째 내수 확대다. 공보는 ‘내년 경제 운용의 최우선을 소비 회복과 확대에 둬야 한다’고 못박았다. 주택 개선, 신에너지 자동차, 의료 건강 등 구체적인 영역도 제시됐다.
정부도 소비를 늘릴 계획이다. 기존 재정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나라 곳간을 풀어 소비를 부추기겠다는 뜻이다.
이유는 충분하다. 올해는 시진핑 3기 정부가 출범하는 해다.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박한진 중국경제관측연구소 소장은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은 성장을 위한 ‘최대치’를 끌어낼 수밖에 없다”며 “올 내내 다각적인 내수부양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판 ‘홀로서기’에 주력
중국 경제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려 돌아간다. 세계화가 고조됐던 1990년대 중국은 국제 분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01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도 했다. 지금은 반대다. 미·중 무역 전쟁,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화 흐름이 퇴조하면서 중국 역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 ‘홀로서기’가 그것이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던 지난달 14일, ‘내수확대 전략 계획 요강(2022~2035)’을 발표했다. 2015년 발표된 ‘중국 제조 2025’가 제조업 고도화 방안을 담았다면 ‘내수 확대 전략 2035’는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요강은 2035년까지 내수시장을 어떻게 정비하고, 어느 방향으로 키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화·의료·스포츠 등 전통 서비스 시장을 지원하는 한편 라이브 방송·공유경제 등 신형소비를 육성키로 했다. 녹색 소비, 농촌현대화, 유통체계 현대화, 브랜드 파워 강화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황재원 KOTRA 정보통상협력실장은 ‘중국 내수 확대 2035’를 ‘쌍순환(雙循環)’ 전략과 결부해 설명한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국내시장 미성숙으로 제품 판매는 해외 시장에 많이 의존(수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이제는 내수를 키워 생산도, 판매도 국내에서 하도록 산업 지도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쌍순환’이다.
‘쌍순환’은 경제 자립의 완성이요, 세계화의 퇴조에 대한 중국의 선택이다. 그 핵심이 바로 ‘내수 확대’다. 2023년 중국 산업의 저류에서 흐를 움직임이다.
중국 소비자 동향 주시해야
역시 코로나19가 변수다. ‘위드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진정시키느냐에 올 경제가 달려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2023년 중국 GDP 예상치를 기존 5.0%에서 5.4%로 올렸다. 씨티와 UBS 등도 성장률을 높게 잡았다.
후이판 UBS 아시아태평양투자총괄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올 3분기 코로나19 상황에서 완전 탈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5%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늦어도 하반기에는 중국 정부의 내수소비 확대 전략이 본격적으로 먹힐 것이라는 얘기다.
씨티은행이 보는 올해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6%. 이에 비해 미국 성장률은 0.7%, 유럽은 마이너스 0.4%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다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8년을 연상케 한다. 중국은 당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해 약 4조 위안의 경기부양 자금을 풀었다. 서방 경제가 망가지고 있을 때 중국은 독야청청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 결과가 2010년 글로벌 넘버 투 경제 대국이었다.
당시 중국의 경제 굴기는 ‘공장(제조업)’과 투자가 만들었다. 2023년 중국 경제가 홀로 성장세를 보인다면, 그 힘은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중국 시장 동향을 연구하고, 그들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이유다.
■ ‘실세 총리’ 리창의 등장, 산업고도화 밀어붙일 듯
「 2023년 중국 경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총리 교체다. 오는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물러나고 리창(李强)이 뒤를 잇는다. ‘리창 이코노미’의 시작이다. 리창에게는 두 가지 이미지가 따른다. 첫 번째는 테슬라 공장 유치다.
중국은 외국 자동차기업의 단독 투자를 허가하지 않는다. 100% 테슬라 공장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런 조항을 무력화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테슬라를 상하이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리창이다. 전기자동차 분야 미국을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리창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그가 ‘비즈니스 친화형’이라고 말한다. 시장 생리를 잘 알고, 외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공장 유치는 그 사례다.
두 번째 이미지는 코로나19다. 리창은 글로벌 경제 도시 상하이를 2개월여 봉쇄했다. 무장경찰을 동원해 아파트를 막기도 했다. 지난해 최대 정치 행사인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리창은 ‘시진핑 사람(習家軍)’이다. 시 주석의 정치 노선을 추종하고, 그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다. 시진핑의 세력에 눌려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었던’ 리커창 총리와는 존재감이 다르다. 실세 총리의 등장이다.
‘비즈니스 친화형 개혁주의자’‘엄격한 당 노선 집행자’‘리창 이코노미’는 두 이미지 사이의 그 어디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설정한 범위 내에서 산업고도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실세 총리’가 그의 자리매김이다.
리창은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알리바바를 내세워 IT산업을 키웠고, 장쑤(江蘇)성 당서기 때에는 노동집약 산업 퇴치에 나서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신임을 얻고 있는 그가 이젠 중국 산업을 바꿔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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