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 보물이네, 폐배터리 600조 시장 열린다
전기차 틈새 수혜주
지난달 인천광역시 영종동의 BMW 드라이빙센터.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BMW의 새 전기차 ‘i7’의 국내 출고 1호 차량을 비롯한 10대를 직접 전달했다. 이 차량은 삼성 계열사 사장의 업무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차량 가격만 2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대기업 사장이 2억원이 넘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는 광경은 흔치 않다. 사장 등 임원들의 업무용 차량은 대개 국산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 대부분이다. 총수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 시선도 의식해야 하고 국내 자동차 업체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는 등 고려할 게 많아서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2억원이 넘는 최고급 외제차를 공식적으로 10대나 산 건 배터리 때문이다. i7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i7에는 최신 5세대 BMW eDrive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2개의 전기모터로 최고 출력은 544마력에 이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삼성SDI가 공급하는 총용량 105.7㎾h인 고전압 배터리다. 한 번만 충전해도 438㎞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BMW 전기차 대부분에 삼성SDI의 배터리 셀이 장착되는 만큼 삼성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배터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전체 제조 비용의 30~40%는 배터리팩이 차지하는 만큼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 등이 전기차 가격이나 매출 등에 큰 영향을 준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배터리 공급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는 145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1060만대)보다 58% 늘어난 물량이다. 반면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은 새해에도 여전히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600GWh로, 이런 추세라면 2025년 배터리 공급(967GWh)이 수요(1330GWh)를 쫓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 볼 틈새시장이 바로 폐배터리 시장이다.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에서 새 배터리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나 광물,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시장은 소재·광물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Recycle) 시장’과 ESS 등을 추출해 다시 쓰는 ‘재사용(Reuse) 시장’으로 나뉜다. 특히 눈여겨볼 시장은 재활용 시장이다. SNE리서치가 예상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 2025년 3조원, 2030년 12조원, 2050년 600조원 수준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이 성일하이텍이다. 리사이클링 파크로 불리는 전처리공정(2차전지를 방전, 해체, 파·분쇄)과 하이드로센터인 후처리 작업(각종 소재를 추출하는 습식제련)을 통해 5대 소재(코발트·니켈·리튬·망간·구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업체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사이클링은 현지에서 원재료 조달이 가능해 시장 성장성은 2차전지를 뛰어넘을 전망”이라며 “성일하이텍은 재활용 시장의 선두주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트로닉스는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로 최근 주목받는 업체다. 이 업체는 전기에너지를 공급·제어하는 장치인 전력변환장치 제조에 집중하고 있고,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은 2024년 이후 본격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노와이어리스와 오이솔루션, 제노코 등도 주목할 만한 업체다.
대기업도 폐배터리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삼성이 2009년 선제적인 지분투자에 나섰고 LG는 현대글로비스와 손잡고 실증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철금속 대표기업인 고려아연도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어 유가금속 회수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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