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대기업 25%, 중기 35%로 대폭 올린다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리기로 했다. 세액공제율을 15%로 올리고, 투자 증가분에 대해선 10%를 추가 세액공제하는 것까지 합치면 25%가 된다. 지난달 세법 개정을 통해 6%에서 8%로 올린 데 이어 또다시 대폭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이 법인세 때처럼 반대하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 핵심 안건은 반도체 세제 지원 방안이었다. 윤 대통령은 “세제와 금융 지원, 연구개발(R&D) 지원과 판로 개척을 위해 전 부처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로, 중소기업은 25%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한다”며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의 18.9%, 설비투자의 17.7%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이자 전략자산”이라고 밝혔다.
국가전략기술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총 3조6000억원 이상의 세 부담 감소 혜택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중견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각각 상향된다. 각각 7%포인트, 9%포인트씩 올리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하면 1500억원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투자 증가분에 대해선 10%를 추가 세액공제키로 했다. 3년 평균 투자액보다 늘어난 투자분에 대해 적용한다.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추가 세액공제까지 고려할 때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전략기술보다 세액공제율이 낮은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투자엔 기존 공제율에서 3%포인트를 올린다. 일반 투자엔 2%포인트를 더한다. 대기업을 기준으로 일반투자는 1%→3%,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는 3%→6%로 세액공제율이 올해에 한해 상향된다.
이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추가 확대를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기재부는 이후 4일 만에 수정안을 내놨다. 지난해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는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20%로, 야당은 10%로 올리자고 했지만 기재부가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8%로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미국이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25%로 상향하는 등 전 세계 반도체 경쟁 속에 각국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는 판에 오히려 한국만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이 컸다.
정부는 이번 투자 세액공제 상향 수준이 주요 경쟁국 대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25~35%로 대만(5%)·미국(25%)보다 높다는 것이다. R&D 비용 또한 한국은 30~50%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데 대만(25%), 미국(증가분의 20%), 일본(대기업 6~10%)보다 높은 수준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투자를 검토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관건은 야당의 협조 여부다. 반도체 세액공제율 상향을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해서다.
세종=정진호 기자, 고석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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