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반도체 지원 대승적으로 나서라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최대 25%로
글로벌 지원 경쟁 치열, 투자 독려책 절실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10%)까지 고려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정부는 또 일반 투자 세액공제율을 1∼10%에서 3∼12%로,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는 3∼12%에서 6∼18%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2011년 이후 중단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에 한해 재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반도체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은 종전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20%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세수 감소 우려를 내세우며 기획재정부가 주장한 8%로 최종 결정됐다. 대기업 특혜라며 반발했던 야당의 10% 안보다도 낮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별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통과한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추가 확대 적극 검토”를 지시하자 4일 만에 정부가 새로운 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선 고집을 피우다가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급변하는 정부의 태도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맞는 방향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기업 투자를 독려할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반도체 등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520억 달러(약 66조원)의 보조금을 쏟아붓는 반도체지원법을 처리했다. 반도체 기업에 최대 10년간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일각에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세제 혜택을 보는 것을 들어 반대하지만, 지금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식의 소아적 시각에 머물 상황이 아니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전략산업이다. 반도체가 침체할 때마다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았다.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도 어두워진다.
정부가 성의 있는 지원안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반도체 업계도 분발할 차례다. 정부는 내년 세금 감소분을 3조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내어주는 세금이 헛되지 않도록 업계는 투자와 기술 개발에 진력해야 한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갈 것이다. 정부와 여야는 나라의 미래경쟁력을 확고하게 다진다는 각오로 대승적 합의를 이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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