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만 할인? 우린 죽으란 건가” 시장 상인들 발끈

문수정,구정하 2023. 1. 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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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정부가 설 민생안정 대책과 관련해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에서 명절을 앞두고 30~50% 할인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개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과 유통업체 할인 노력으로 장바구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면서 "대형마트 쪽에서도 30~50% 대폭적 할인을 준비하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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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생안정 대책 발표 논란
정부 지원 쿠폰, 대형마트서도 혜택
전문가 “우선순위, 전통시장에 둬야”
시장 방문객들이 3일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의 한 생선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구정하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설 민생안정 대책과 관련해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에서 명절을 앞두고 30~50% 할인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안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형마트 할인율’을 언급하기는 이례적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설 대목 준비를 마쳤는데 재고를 떠안으라는 것이냐” “정치권이 나서서 대형마트로 가라고 부추기느냐”는 비난이 빗발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과 유통업체 할인 노력으로 장바구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면서 “대형마트 쪽에서도 30~50% 대폭적 할인을 준비하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상인회의 이재열 회장은 “설 대목을 위해 대부분 상인이 한두 달 전에 물량 구매계약을 마쳤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 쏠리면 재고 손해까지 고스란히 떠안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워낙 불황이라 지금도 전통시장 매출이 20~30% 떨어졌다. 정부가 마트 할인을 부추긴다면 그건 정말 죽으라는 소리”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관악중부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윤모(37)씨는 “이맘때가 대목인데 명절 손님을 대형마트에 뺏기면 타격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박모(60)씨는 “시장 상인은 어쩌라는 말이냐. 너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상인회 김영백 회장은 “대형마트가 큰 폭으로 할인을 하면 전통시장도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값을 내릴 수밖에 없다. 명절에 매출을 올려둬야 버틸 수 있을 텐데, 손님은 줄고 단가는 낮춰야 하니 암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세금을 투입해 대형마트 할인율을 높이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정책예산을 지난해 본예산(590억원)보다 크게 증액한 1690억원으로 편성했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일부 품목에 대해 대형마트에서 20%, 전통시장에서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에서 할인쿠폰을 쓰려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쿠폰을 내려받아야 한다.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이미 20% 할인을 적용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정부가 20% 할인에 투입되는 비용을 대형마트에 직접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예산의 사용 비중은 대형마트가 51.7%로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 업계는 할인쿠폰을 반영한 숫자가 ‘30~50% 할인’이라고 받아들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할인행사를 준비하긴 했으나, 할인율을 확정한 건 아니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의 할인율을 더해서 추가 할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평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영세 소상공인이 빚을 지며 버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선순위를 전통시장과 영세 자영업자에 두는 게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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