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들어간 기업들…감산 검토, 수출 늘리기 안간힘
주요 대기업들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연말·연초 대규모 할인 행사는 기본이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재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반도체 업계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서 TV·스마트폰 등에 대한 소비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중 대거 가전제품을 교체한 소비자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7000억원 전후로 본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건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2분기(6조4473억원)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일단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보다 D램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 전망은 조금 더 어둡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지난 4분기 1조원~1조50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 감산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가전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실적과 재고는 사실상 수출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수 시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회복세를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9로 전월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3개월 만에 상승 전환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수 수준은 기준치(100)를 밑돈다. 그만큼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단 얘기다.
수출 전망 역시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글로벌 경기 전반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당분간 ‘버티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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