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사실상 미달’ 68개 대학…지방대가 59개교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호남 지역 4년제 일반대학 10곳 중 8곳이 경쟁률 3대 1을 넘지 못해 사실상 미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 지역 대학도 약 60%가 경쟁률 3대 1 미만이었다.
이번 정시모집은 학생 수 감소로 경쟁률이 대부분 낮아진 가운데, 수도권에서 멀수록 경쟁률이 낮고 가까울수록 경쟁률이 높은 현상이 뚜렷했다. 지역대학은 장학금과 스마트기기 등으로 학생을 유인했지만 미달 사태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일 종로학원 집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정시모집에서 경쟁률 1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은 전체 188개 대학(캠퍼스 포함)중 15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14곳이 지방대다. 수도권에서는 한 소규모 신학대학만 포함됐다. 이번 분석에서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과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특성화대학은 제외했다.
188개 대학 중 68곳(35.2%)이 경쟁률 3대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중에서 59곳(86%)이 지방대다. 정시모집은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지난해에는 경쟁률 3대 1 미만인 대학 77곳 중 64곳(83.1%)이 지방대였다.
특히 호남 지역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지역 23개대 중 18곳이 경쟁률 3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국립대인 목포대도 1.80대 1에 그쳤다. 1대 1을 넘지 못하는 대학도 7곳에 달했다.
지역별 평균 경쟁률은 전남(1.89), 광주·경북(2.72), 경남(2.96) 등이 3대 1도 안 되는 수치를 보였고, 전북(3.07)도 낮은 경쟁률에 그쳤다. 강원(3.65), 충남(4.20), 경기(6.09), 서울(5.81) 등 수도권으로 올라올수록 평균 경쟁률은 높아졌다.
지방대가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내건 ‘당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광주의 한 사립대는 최초 합격자 전원에게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를 살 수 있는 구입비용 60만원을 지원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시모집 경쟁률은 0.82대 1로 미달됐다.
여러 지방대가 ‘합격자 100만원 장학금’ 등의 혜택을 내걸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강원도의 한 사립대는 “수능 점수 안 본다”며 학생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호남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런 걸로 경쟁률이 높아진다고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이어서 매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달 대학들은 향후 충원 모집에서도 학생을 채우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충남의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가겠다며 반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노력을 하는데도 지방대라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는 대학이 생기면 국가 차원의 지식·인재 자산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방대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은 지역 소멸의 전조 현상인 만큼 모든 정부 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국가 차원에서 지방대를 육성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고, 지방거점국립대를 포함한 우수 지방대를 대대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이후연·이가람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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