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전쟁연습 하나 묻자 바이든 “NO”…용어 혼선이 빚은 해프닝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은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는 TTX(table-top exercise)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는 미국과 한국이 기획, 정보 공유, 연습,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TTX를 꺼낸 이유는 이날 있었던 논란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연합 핵전쟁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을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No)’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미가 확장 억제(미국의 핵우산 공약)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용어의 혼선이 빚은 해프닝이다. TTX와 연합 핵전쟁 연습은 다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가 합의한 사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양국은 당시 확장 억제에 대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며, 억제전략위원회 운용 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열기로 했다. TTX는 말 그대로 책상 위(table-top) 도상 연습이다. DSC TTX는 한·미의 정부·군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토의하는 훈련이다. 핵전력 공동 기획-공동 연습에 대한 개념적 논의에 해당한다.
반면에 연합 핵전쟁 연습은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과 지난해 10월 연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과 같이 B-52H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유사시 핵 공격 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미국과 나토는 핵을 보유하거나 핵을 공유(유사시 미국 전술핵 사용)하는 국가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니다”라는 답변은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 우리는 연합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은 핵 비(非)보유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는 미국의 확장 억제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다는 총론에 합의한 뒤 각론을 논의 중”이라며 “DSC TTX의 결과를 바탕으로 핵 기획이나 핵 공유까지 나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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