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전쟁연습 하나 묻자 바이든 “NO”…용어 혼선이 빚은 해프닝

박현영, 이철재 2023. 1.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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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은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는 TTX(table-top exercise)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는 미국과 한국이 기획, 정보 공유, 연습,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TTX를 꺼낸 이유는 이날 있었던 논란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연합 핵전쟁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을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No)’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미가 확장 억제(미국의 핵우산 공약)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용어의 혼선이 빚은 해프닝이다. TTX와 연합 핵전쟁 연습은 다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가 합의한 사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양국은 당시 확장 억제에 대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며, 억제전략위원회 운용 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열기로 했다. TTX는 말 그대로 책상 위(table-top) 도상 연습이다. DSC TTX는 한·미의 정부·군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토의하는 훈련이다. 핵전력 공동 기획-공동 연습에 대한 개념적 논의에 해당한다.

반면에 연합 핵전쟁 연습은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과 지난해 10월 연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과 같이 B-52H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유사시 핵 공격 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미국과 나토는 핵을 보유하거나 핵을 공유(유사시 미국 전술핵 사용)하는 국가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니다”라는 답변은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 우리는 연합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은 핵 비(非)보유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는 미국의 확장 억제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다는 총론에 합의한 뒤 각론을 논의 중”이라며 “DSC TTX의 결과를 바탕으로 핵 기획이나 핵 공유까지 나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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