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향수
by 윤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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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고대 로마시대 파르티아 왕국의 왕들이 사랑한 향을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과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재탄생시킨 향수. 도미니크 로피옹은 당시 사용하던 원료의 대체 원료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결과적으로 최상의 원료로 미래적이면서도 모던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달콤 쌉싸래한 마조람과 스파이시한 카르다몬이 자아내는 강렬한 첫 향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온화한 향기가 드러나는 대비적인 매력이 인상적. 향을 맡는 순간 고대 로마시대 속 식물 정원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듯, 시대를 초월한 후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오 드 퍼퓸 아르타방, 100ml 48만원, Astier de Villatte.
Who? 윤혜은
서점 ‘작업책방 씀’을 운영 중이며, 장르 불문 여성 서사 도서를 애정한다. 타자를 향한 시선을 확장시키는 이야기를 유심히 살피는 편.
by 비화림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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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눈을 감고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향으로 표현했다. 이 제품의 캠페인 이미지를 촬영한 포토그래퍼 알라스데어 맥렐란은 “눈을 감는다는 것은 시각의 중요성을 지우고 완전히 다른 상상과 감정의 세상을 열어주는 행위”라는 말을 전하기도. 지난했던 시간과 기억에 여전히 마음이 붙들려 있는 당신에게, 아주 잠시라도 눈을 감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의지를 길어 올리라고 말을 건네는 향. 아이즈 클로즈드 오드퍼퓸, 100ml 35만원, Byredo.
Who? 비화림 책방지기
문학과 인문 도서, 독립 출판물 위주로 꾸려진 북촌의 작은 책방인 비화림. 그곳엔 책방지기가 깊이 사유하며 읽었던 책과 앞으로 사유해 보고 싶은 책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by 윤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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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겨울에도 경작하면/봄처럼 재배할 수 있다’는 시집 속 문구는 시리도록 차가운 무언가와 어딘지 모르게 포근한 향의 대조를 떠올리게 한다. 찬기운을 지닌 쑥과 따스한 머스크 향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향수는 브랜드 설립자 티보 크리벨리의 말처럼 ‘북극 지방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오로라 불빛 아래에서 압생트 술 한 잔을 마시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오로라를 바라볼 때 피어나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과 얼음처럼 차가운 압생트가 내뿜는 아로마틱한 느낌이 한데 뒤엉킨 향수. 압생트 보레알 EDP, 100ml 28만원,Maison Crivelli.
Who? 윤한솔
소전서림 북 큐레이터. 주제나 테마를 미리 맞추고 북을 큐레이션하며, 주제와 어울리는 것은 기본, 다양한 관점이 들어갈 수 있는 책인지에 중점을 둔다.
by 박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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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공연을 시작하기 전, 행운을 비는 감탄사인 ‘토이, 토이, 토이(Toi, Toi, Toi)’에서 착안한 제품 명처럼 인센스와 블랙 페퍼, 샌들우드, 파촐리 등이 어우러진 향기가 뾰족뾰족 곤두선 마음을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주는 듯하다. ‘난 너무 지쳤어. 더 이상은 못 해’라는 무거운 마음을 ‘한 발짝만 내디뎌 봐. 어때, 괜찮지?’라고 반문해 주는 향. 토이 토이 토이, 100ml 30만8천원, Ormaie.
Who? 박의령
에디터와 출판편집자, 디자이너, 영화관 프로그래머라는 구성원들의 본업을 살려 다양한 장르의 출판물을 기획하고 만드는 신생 출판사 ‘주로’의 구성원.
by 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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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우아함을 창조해 나간 가브리엘 샤넬. 사자자리였던 그녀에게 본능적이고 대담한 사자는 동물 이상의 토템과 같은 존재였다. 그 누구보다 선지적 삶을 추구하던 그녀는 사자처럼 강인하고 열정적인 여성이 되기로 마음먹고 이를 모티프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향수도 그중 하나다. 성별 혹은 나이, 겉모습 등으로 규정되는 이미지가 아닌, ‘나’에 대한 자신감으로 ‘자기다움’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향을 창조한 것.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르 리옹 드 샤넬, 200ml 52만8천원, Chanel.
Who? 강민아
성수동 GOP 갤러리에서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
by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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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ecommends
1820년, 알프레드 도르세가 자신의 연인인 마르게리트 블레싱턴과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향으로 담아낸 브랜드, 도르세. 둘만의 메시지를 담은 약어로 향수 이름을 만들고, 사랑의 단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향을 만들어냈는데, ‘오.두블르베’는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은, 사랑의 지극히 역설적이고도 모순적인 순간을 담았다. 베르가못과 레몬, 오렌지 등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으로 시작해 신선한 생강 향과 타는 듯한 마른 나뭇가지 냄새가 피어오르며, 미묘한 향의 변주를 일으킨다. 오.두블르베 EDP, 90ml 27만6천원, D’orsay by Liquides Parfums Bar.
Who? 박재용
10여 년 넘게 모아온 예술과 이론서로 꾸린 서가 ‘서울리딩룸’을 운영 중인 큐레이터이자 통번역가, 미술 평론가. 동네 친구들과 만든 공유 사무실 ‘뉴오피스’에서 작업하며 ‘NHRB’ 아트 디렉터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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