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인권위 "의료감정 지연·공정성 문제 해결돼야"… 성명 발표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변호사단체가 의료재판에서 판사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활용되는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신속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위원장 최건섭)와 의료인권소위원회(위원장 신현호)는 3일 '의료감정과 재판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신속성 확보를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원, 의료단체 등에서 의료감정 및 의료재판의 공정성, 객관성, 신속성을 확보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민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감정거부, 감정 고의지연, 편파감정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의사인 상임전문심리위원에 의한 의료재판절차 개입을 폐지해 국민의 실질적 재판받을 권리가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 인권위는 "진료기록 감정이나 신체감정 등 의료감정과 재판절차는 공정성, 객관성 및 절차적 적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의료감정은 공정성 및 객관성 문제뿐만 아니라 감정 자체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는 문제점이 심각하다"며 "의료감정의 절차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법원은 감정의 적정성 관련 통계자료를 외부에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감정기관은 감정지연, 감정거부, 고액 감정료청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감정의 위와 같은 문제점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심각한 제약이나 침해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의료영역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의료 영역에서 국민들은 법관에 의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면서도 적지 않은 재판비용만을 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협 인권위는 "법원은 감정회신의 지연과 반송 관련 통계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절차적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울러 의료감정에서 공정성 및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감정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사건의 결론을 의식해 의사들에게 유리한 편파적인 감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협 인권위는 의사가 의사의 의료과실 존부를 판단하는 현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 인권위는 "현행 의사 상임전문심리위원에 의한 재판개입은 자기재판금지라는 소송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법률상 근거도 불분명한 제도이므로 법원은 하루속히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사실상 재판에 개입하면서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지정된 사건 152건 중 의견서를 제출한 경우는 15건에 불과해 당사자는 상임전문심리위원의 의견에 대해 탄핵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변협 인권위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수행되고 있는 감정에서는 소수의견을 무시하거나 의사 출신인 상임감정위원과 현직 의사인 비상임감정위원이 의료기관에 편향적인 감정서의 결론을 정해 두고,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는 등 문제 때문에 공정성과 관련해 실무가들 사이에 비판이 적지 않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임감정위원은 비의료인 출신으로 임용하고 감정부에 회의록 작성 의무를 부과해 상임감정위원의 개인적 판단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변협 인권위는 "대한의사협회, 대학병원 등 감정기관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감정거부, 감정지연, 고액 감정료청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감정은 의료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의료 전문가의 입장을 존중하는 의미도 있으나, 현행 의료감정의 현황을 보면 의료감정의 필요성 자체를 고민하게 하는 상황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는 법원과 함께 의료감정에서 공정성 및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감정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감정 지연이나 반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정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변협 인권위는 성명서에 첨부한 '의료감정 개선에 관한 상세 의견서'에서 의료감정의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재판 절차의 주도권을 갖고 소송을 지휘하는 법원이 의협 등 감정기관의 감정절차 지연, 반송 및 감정비용 책정 현황을 파악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복수의 감정기관에 촉탁하고 회신을 촉구하는 등 방법으로 감정회신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감정 절차 관련 대법원규칙을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내용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감정을 반드시 시행하는 관행을 개선, 지나친 감정지연과 반송, 감정인 부재 등의 이유로 감정 자체가 여의치 않는 사안에서 감정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일반인의 시각에서 법률요건의 존부(재판의 결론)를 판단하는 실무의 도입 ▲비공식적으로 재판에 개입하고 판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의 폐지 ▲만약 재판에 개입할 경우 의견서 및 조서를 작성해 근거를 남김으로써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등 반박의 기회를 제공할 것도 제시했다.
변협 인권위는 의협에 대해 ▲감정회신 지연과 고액의 감정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감정인들로 하여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감정을 하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사건의 결론을 의식해 의사들에게 유리한 편파적인 감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재원 감정과 관련 ▲특정 과목에 지나치게 소수의 감정위원이 모든 사건을 감정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고 ▲수인의 감정위원이 관여하는 감정에서 소수의견, 반대의견을 감정서에 독립적으로 기재하고 ▲감정부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를 단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하고 ▲규범적인 판단은 중재원의 조정부나 법원의 몫인 만큼 감정위원은 법관(조정위원)의 보조자이므로 참고적 조언을 벗어나 규범적 평가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변협 인권위는 의료감정의 공정성·객관성과 감정기관 선정, 반송 등 감정절차 및 감정비용의 적정화를 위해 ▲감정인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편파적인 감정을 통해 손해를 초래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감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 ▲감정 지연이나 반송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 등을 민사소송법, 민사소송 규칙이나 예규 등에 도입하거나, 법률 개정이 어려울 경우 법률에 선언적인 규정을 도입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대법원 규칙이나 예규에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