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장관, 예루살렘 성지 방문...팔레스타인 반발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국가안보 장관이 분쟁 지역인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해 팔레스타인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정권이 출범한 지 5일 만이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이날 오전 동예루살렘 성지를 찾아 약 25분간 머물렀다. 벤그비르 장관은 "성전산은 이스라엘인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며, 이제 유대교인들도 가게 될 것"이라 밝히고 "위협을 가한다면 엄격히 다루겠다"고 말했다.
성전산은 팔레스타인 관할하에 있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지역으로, 이슬람교·기독교·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받드는 곳이다. 특히 이슬람교도들은 성전산을 메카·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꼽는다. 이슬람교에 중요한 바위의 돔(황금사원)과 알아크사 사원이 모두 이곳에 있어서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 이슬람교가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단 이유로 요르단이 이 지역 사원 등을 관리하기로 한 데 합의했다. 그러나 유대인은 이곳 경내에서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없어 분쟁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대교인도 성지 경내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해온 벤그비르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곳을 찾은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극단주의자 벤그비르의 사원 기습은 전례 없는 도발이자, 위험한 분쟁을 확대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도 벤그비르의 방문 전날 성명을 내고 "성지 방문은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르단 정부 역시 "알아크사 사원 기습과 존엄성 훼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도 경고가 나왔다. 토마스 나이즈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성지를 위협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주 예정됐던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취소했다. 외신들은 벤그비르의 성지 방문으로 아랍국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자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인종차별 선동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벤그비르는, 2021년 부패 혐의로 실각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활'하는 데 1등 공신으로 활약하며 주류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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