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장관,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팔레스타인 강력 반발

팔 자치정부 "전례없는 도발"…요르단 "성지 존엄 훼손 강력 규탄"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의 극우 성향 국가안보 장관이 이슬람교가 신성시하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한 까닭이다.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도발로 여겨지는 성지 방문을 꺼려왔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은 3일(현지시간) 오전 경호 인력을 대동한 채 약 25분간 동예루살렘 성지 경내에 머물렀다. 그는 "성전산(유대인의 성지 호칭)은 이스라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로 우리는 이곳에서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이동 자유를 지켜왔다. 이제 유대교도도 이곳에 가게 될 것이다. 위협을 가하는 자는 엄격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국경경찰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은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 국장, 경찰청장, 이스라엘군 예루살렘 지역 사령관을 면담한 결과 성지 방문에 장애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날 방문한 동예루살렘 성지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으로 경내에는 이슬람교의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슬람교도가 '고귀한 안식처', 유대교도는 '성전산'으로 부르는 이곳은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지만,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도 이곳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벤-그비르 장관은 이런 규칙을 바꿔 유대교도도 성지 경내에서 자유롭게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벤-그비르 장관(가운데),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모습의 허수아비가 불타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 정파 하마스, 성지를 관리하는 요르단 등은 즉각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극단주의자인 벤-그비르 장관의 알아크사 사원 기습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전례 없는 도발이자 위험천만한 분쟁 확대"라고 맹비난했다.

하마스 대변인도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을 '시온주의자의 성소 침략이자 아랍 정체성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면서 "알아크사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이슬람의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그 어떤 파시스트도 이를 바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알아크사 사원 관리권을 가진 요르단 외무부도 "알아크사 사원 기습과 존엄성 훼손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나이즈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성지 지위를 위협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의 대표로 반팔레스타인 및 반아랍 선동을 주도해온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다.

어린 시절 팔레스타인 주민의 대이스라엘 민중봉기를 경험하면서 반팔레스타인 정서를 키워온 인물이다. 아랍계 추방을 옹호하는 정당 몰레데트와 과격 극우 정당인 카흐에서 청년조직 활동을 하면서 14살의 나이에 구금된 적도 있다. 극우 정당 활동 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병역을 면제받고 논란 끝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그는 극우 정치인과 활동가들의 변호를 도맡았다.

2019년 총선 운동 당시에는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 시민은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2021년 12월에는 주차장에서 비무장 상태의 아랍계 경비와 주차 시비 끝에 총을 꺼내 들고 위협하는 영상이 유포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