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래식한 3D 던전RPG에 수묵화의 매력을 더하다. 잔월의 쇄궁

김남규 2023. 1.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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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전설 등 팔콤 게임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클라우디드 레오파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랜만에 팔콤이 아닌 다른 게임사의 게임을 선보였다. 아키바스 트립 등 독특한 장르의 게임을 주로 선보이는 어콰이어의 신작 잔월의 쇄궁이다.

잔월의 쇄궁은 3D 던전 탐험 RPG 장르로, 한정된 인원으로 팀을 구성해서 다양한 적들과 함정이 가득한 던전을 탐험하는 게임이다. 위저드리나 부신 제로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며, 넓게 보면 다키스트 던전 같은 게임들도 비슷한 재미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워낙 마니악한 장르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빠지면 계속 다른 작품을 찾게 된다. 워낙 신작이 적은 장르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어떤 게임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잔월의 쇄궁

이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한정된 팀원의 능력을 100% 활용해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던전에 들어갈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아이템이 한정되어 있으며, 시야 제한, 함정, 독 등 다양한 상태 이상이 기본이기 때문에,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가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적 때문에 한번에 전멸할 수도 있다. 공들여 키운 캐릭터가 어이없게 독 중독 등으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게임을 삭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심적 타격을 받게 된다.

다양한 적들과 함정으로 가득찬 던전을 탐험하는 게임이다
어떤 적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잔월의 쇄궁 역시 이런 장르적인 특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어두운 시야 때문에 항상 횃불이 필요하며, 접촉하기 전까지는 어떤 적이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어서, 항상 긴장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니맵을 지원하며, 한번 다녀간 곳들은 미니맵에서 밝혀진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게이머가 직접 맵을 그려가며 플레이해야 했던 고전 게임들보다는 편하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은 여전하기 때문에 한발 내딛을 때마다 지뢰찾기에서 폭탄을 피해 칸을 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미니맵에서 확인된 지역을 넓혀가다보면 지뢰찾기 하는 느낌이 든다

장르적인 특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얘기는 기존 게임들과 큰 차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얘기이지만, 반대로 이 게임만의 톡특함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잔월의 쇄궁은 이점을 일본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그래픽으로 보완했다. 게임 전체적인 분위기를 흑백으로 구성하고, 적들 역시 일본 고전 설화에 나올법한 이미지로 구성해서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개성을 추구했다.

흑백만으로 음침한 분위기를 강조한 그래픽

전체적으로 그래픽 수준이 높지 않고, 3D로 구성된 맵 역시 스위치의 작은 화면에서도 픽셀이 느껴질 정도로 투박한 편이지만, 흑백 화면으로 수묵화 느낌을 강조하고, 강력한 적 등 몇몇 중요 포인트에만 살짝 원색을 가미한 덕분에 스타일리쉬하게 느껴진다. 세계관 자체가 중세 일본을 연상시키고, 사무라이, 오니 등 일본색이 강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수묵화 풍의 그래픽이 잘 어울리는 측면도 있다.

일본풍의 괴물들

전투 부분은 장르의 하드코어한 부분을 좀 덜어내고 초보자들을 배려한 느낌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니맵이 지원되며, 한번 죽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원에서 돈을 지불해서 되살릴 수 있고,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해서 파티에 합류시킬 수도 있다(캐릭터 생성시 지급되는 보너스 능력치는 무작위이기 때문에 원하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반복 시도하면 된다).

또한, 기존에 클리어한 던전도 다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레벨업을 한 다음에 다음 던전에 도전할 수 있으며, 전투 후 열 수 있는 상자에서 좋은 장비가 등장하기도 하니 초반부만 극복하면 초보자도 큰 어려움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전투

초반에는 무기의 사정 거리 개념이 있어서 전열만 공격할 수 있고, 후열에서는 술법 공격만 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다소 답답한 느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활 등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장착하면 후방에서도 물리 공격을 할 수 있게 되며, 술법사의 레벨을 올리다보면 강력한 범위 공격으로 적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술법은 강력한 만큼 횟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보스전까지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으며, 마을로 복귀하면 회복되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라면 마을로 복귀했다가 재도전하는게 나을 수 있다.

던전을 탐험하다보면 특별 퀘스트도 만나게 된다

묵의 재앙으로 세계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세계관을 반영한 제약도 있다. 적과 전투 중에 묵에 침식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는 침식된 만큼 최대 체력이 줄어든다. 마을의 사원으로 돌아가서 정화를 받으면 회복되니, 묵에 많이 침식된 상황이라면 무리한 도전보다는 후퇴가 낫다.

죽은 용병은 사원에서 되살릴 수 있다

워낙 신작이 귀한 장르이다보니, 오랜만에 등장하는 신작이고, 게다가 한글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상황이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전투를 마무리한 후에는 상자를 열어서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데, 매번 조사를 해서 함정을 해제하거나, 상자를 파괴하는 과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귀찮은 상자 열기

중요 보스전에서 이런 것이 나오고, 상자를 열었을 때 엄청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면 설레는 마음이 들겠지만, 일반 졸개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정작 상자를 열었을 때 쓸모없는 아이템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중에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뭐든 쉽게 얻는 보상이 없는 것이 이 장르의 주요 컨셉이긴 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졸개들은 죽이자마자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게임의 흐름을 더 깔끔하게 만들어줬을 것 같다.

워낙 호불호가 심한 장르이니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요즘 던전RPG 장르 신작이 귀한 편이고, 한글을 지원하는 게임은 더더욱 찾기 힘드니, 평소 던전RPG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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