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모두 아이패드 드려요" 안 통했다, 눈물의 지방대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호남 지역 4년제 일반대학 10곳 중 8곳이 경쟁률 3대 1을 넘지 못해 사실상 미달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 지역 대학도 약 60%가 경쟁률 3대 1 미만이었다.
이번 정시모집은 학생 수 감소로 경쟁률이 대부분 낮아진 가운데, 수도권에서 멀수록 경쟁률이 낮고 가까울수록 경쟁률이 높은 현상이 뚜렷했다. 지역대학은 장학금과 스마트기기 등으로 학생을 유인했지만 미달 사태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 86%가 지방대
188개 대학 중 68개교(35.2%)가 경쟁률 3대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중에서 59개교(86%)가 지방대다. 정시모집은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중복 합격자가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고려하면 모집 정원의 3배 이상 지원해야 학생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경쟁률 3대 1 미만인 대학 77곳 중 64곳(83.1%)이 지방대였다. 숫자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미달 대학 중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늘었다.
호남 지역 특히 고전…국립대도 2대 1 안돼
지역별 평균 경쟁률은 전남(1.89), 광주·경북(2.72), 경남(2.96) 등이 3대 1도 안 되는 수치를 보였고, 전북(3.07)도 낮은 경쟁률에 그쳤다. 강원(3.65), 충남(4.20), 경기(6.09), 서울(5.81) 등 수도권으로 올라올수록 평균 경쟁률은 높아졌다.
‘등록금 무료·장학금 100만원’도 안 통해
여러 지방대가 “정시 합격자 등록금 전액 면제”, “합격자 100만원 장학금” 등의 혜택을 내걸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강원도의 한 사립대는 “수능 점수 안 본다”며 학생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호남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런 걸로 경쟁률이 높아진다고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이기 때문에 매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달 대학들은 향후 충원 모집에서도 학생을 채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충남의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으로 들어왔지만 수도권으로 가겠다며 반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지방대 경쟁률 하락은 지역소멸 전조 현상”
전문가들은 지방대 소멸을 막기 위해 교육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노력을 하는데도 지방대라는 이유만으로 사라지는 대학이 생기면 국가 차원의 지식·인재 자산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방대의 경쟁률이 낮아지는 것은 지역 소멸의 전조 현상인 만큼, 간단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정부 부처가 다 같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배 교수는 “지방대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재 공급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도 학벌주의가 아니라 역량 베이스로 채용해야 하고, 고등학교의 진로·적성교육도 강화해 지방대의 취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방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지방대를 육성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고, 지방거점국립대를 포함한 우수 지방대학에 대대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한편 39개 의대 정시 경쟁률도 6.71대 1로 지난해(7.18대 1)보다 낮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고득점자 상당수가 수시에 이미 합격해 정시 전형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후연·이가람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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