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재택근무 중단,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오늘, 아직도 직장인]

장한이 2023. 1.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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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도 대면근무도 시대 변화에 따른 선택... 권리 강탈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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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기자]

▲ 재택근무 한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 pixabay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카카오가 오는 3월부터 재택근무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많은 기사가 순식간에 쏟아졌다. 어느 한 기사에는 직장인들의 갑론을박 댓글이 약 850여 개 이상 달렸다. 주요 논쟁은 '출근하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직원들 태도(인터뷰)'였다.

사실 나는 이것이 논쟁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잠시 잃은 직원들의 일시적 푸념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초심은 코로나19 초기의 회사와 직장인의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재택 근무는 왜 시작됐나 

지난 2020년 초, 개인의 코로나19 감염은 회사뿐만 아니라 일시적 건물 폐쇄로까지 이어졌다. 감염자에게는 죄수처럼 번호를 매겼으며 동선 공개, 신상 털기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침이었다. 재택근무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회사에 감염자가 발생하면 주변 임직원 가족이나 지역의 집단감염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기업들은 재택근무 제도를 서둘러 도입했다. 회사 문을 닫을 수 없으니 임직원을 보호하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발 빠른 조치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졌고 기업은 효율성 증대를 위해 이에 맞는 제도나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카카오의 재택근무 중단 이슈를 보면서 '코로나19 2~3년 만에 (일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당연한 혜택으로 느끼는구나' 하는 현실을 직시했다. 기사에서조차 전면 재택근무를 '신의 직장', '파티', '꿈', '부러움' 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초기의 재택근무의 취지와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라는 대재앙에 맞서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어느 정도 정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은 지속해서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일부 직원들 의견이 부각된 것이겠지만, '재택이 사라져 퇴사하고 싶다'는 직원들은 이해타산적인 조직의 시스템과 조직 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잠시 돌아봐야 한다. 

문화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는 "새로운 문화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적응을 시도하고, 1~2년의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변화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보고 2년이면 적응을 마친다고 전망했고 실제로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에 적응했다. 초기에는 공포에 질려 갈팡질팡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하다. 재택근무도 바뀐 직장 문화의 일환이자 직장과 직장인 간의 합의 및 적응 과정일 뿐이다. 

업무 특성에 따른 회사의 판단

"재택근무를 하면 왠지 불편하고 눈치 보여서 자리도 제대로 못 비워요.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니까요. 일 끝나면 몽롱하고 더 피곤할 때도 있고..."

중견기업에 다니는 후배 말이다. 그는 재택근무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반면 사내 메신저 자리 비움 상태가 되지 않게 무선 마우스를 움직이며 영화를 시청한다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도 있다.

각 기업은 직원과 업종의 특성에 맞게 재택근무 실행 여부를 검토 및 판단해야 한다. 재택근무가 효율적인 기업도, 비효율적인 기업도 있다. 직장인 개개인의 능률도 마찬가지다. 임직원과 업무 특성을 고려한 조직 문화 재편성은 효율적인 회사 운영을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다.

한화그룹의 계열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재택근무 시작을 기점으로 사무실 공간을 30% 축소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이지만, 종식 이후에도 30%의 인원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다. 출장이 잦은 업계 특성을 고려한 방침으로 현재도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OO기업의 재택근무 100%, 50%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2022년 4월 포스코는 대기업 최초로 전 직원 사무실 복귀를 선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조치다. 이는 내부적으로 대면 근무의 효율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자기들 권리 강탈해간 것처럼 말하네요.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그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퇴사하고 자기 스스로 그런 문화인 회사 차려서 직원들한테 고액 연봉 주면서 운영하세요."

카카오 재택근무 중단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작성자는 '재택근무를 중단한다니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인터뷰한 직원을 저격했다. 이 댓글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핵심(호의, 권리, 강탈)을 명확하게 짚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이며, 3년 동안의 결과를 꼼꼼하게 점검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다. 재택근무 도입과 중단 모두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선택이다. 회사는 능률을 우선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려는 곳이다.

카카오가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 
 
▲ 선택은 직장인 개인의 몫 직장인은 개인 성향에 맞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 pixabay
 
하지만 대면, 비대면 기준 기업이 카카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카카오는 시총 23조를 훌쩍 넘는 대기업이다. 재택근무 중단 기사들에서 언급한 억대 연봉, 일억 가까운 초봉, 재택근무, 파티, 부러움 등의 단어 조합은 가뜩이나 힘든 직장인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뜨거운 댓글의 갑론을박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만원 지하철 출근이 싫고 재택근무가 개인 성향에 잘 맞아 성과 창출과 커리어 관리에 용이하다면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을 들여 출근해 상사, 동료들과 마주하며 일하는 것에 다시 적응할 수 있다면 회사 방침에 따르면 그만이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카카오의 평균 근속 연수는 4.11년(2022년 기준)이다. 재택근무 유무 등의 문제가 아닌 개인 취향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카카오가 재택근무 중단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성과 창출과 업무 수행에 있어서 원격 근무가 오피스 근무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소 단위 조직장의 판단·승인을 통해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처럼 탄력적인 운영이 바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재택근무 종료와 직원 불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택근무의 초심과 본질이 흐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택근무 중단은 직원 혜택과 권리 강탈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편승하기 위한 내부의 방침 변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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