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케이뱅크…‘대어급’ 올해 재도전 [IPO 따상 감별사]
2022년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불며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이 속출했다.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됐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이 상장을 철회했는가 하면, 몸값이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된 컬리와 케이뱅크 등도 줄줄이 2023년으로 상장을 미뤘다.
얼어붙은 투자 환경 속 IPO 도전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2022년 주식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와 공모 규모는 모두 축소됐다. 2022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총 64개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재상장, 이전상장을 제외한 수치다. 79개 종목이 상장한 2021년과 비교해 약 19% 줄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4개로 2021년(14개) 대비 71% 감소했다.
공모 규모는 표면적으로 크게 줄진 않은 것처럼 보이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폭 축소됐다. 2022년 총 공모금액은 약 16조748억원이다. 2021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다만 12조7500억원을 끌어모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숫자가 대폭 쪼그라든다. LG에너지솔루션 제외 시 2022년 공모 규모는 3조3248억원에 그친다. 2021년보다 무려 83.4%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난해 상장 연기를 결정한 기업들이 올해 IPO 시장에 대거 대기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3년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며 상반기까지는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티이엠씨·한주라이트메탈 포문
전문가들은 IPO 시장 분위기가 2023년 상반기까지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속도 조절론은 나오지만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식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반기까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제로 2023년 1월 공모를 진행하는 기업 수는 지난 2년과 비교해 줄었다. 2023년 1월 중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은 티이엠씨, 한주라이트메탈, 미래반도체, 샌즈랩, 오브젠, 삼기이브이, 스튜디오미르 등 7개사다. 2021년과 2022년 1월에는 각각 11개사, 10개사가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 중 티이엠씨와 한주라이트메탈이 2023년 IPO 시장의 포문을 연다. 두 기업 모두 1월 4~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같은 달 10~11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 업체 티이엠씨의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2000~3만8000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500억~4200억원에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이 10년 만에 IPO 단독 주관을 맡아 주목받는다.
자동차 부품 업체 한주라이트메탈은 공모가 희망범위를 2700~3100원으로 설정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524억~602억원 수준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이다.
1월 10~11일에는 무려 3곳이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오브젠, 샌즈랩, 미래반도체다. 이들은 일반 청약 일정도 1월 16~17일로 동일하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오브젠의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8000~2만4000원이며,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샌즈랩은 8500~1만500원의 공모가 희망범위를 설정했다.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종합 반도체 유통 업체 미래반도체의 공모가 희망범위는 5300~6000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1월 셋째 주에도 2곳이 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스튜디오미르는 1월 16~17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5300~1만9500원이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후 같은 달 26~27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상장 후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788억~1004억원이며,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자동차 부품 업체 삼기의 자회사 삼기이브이는 1월 17~18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일반 청약은 스튜디오미르보다 하루 빠른 1월 25~26일 진행한다. 삼기이브이의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3800~1만6500원이며 대신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중대형 IPO 몸값 눈높이 낮춰야
2022년 상장을 목표로 했던 대어급 업체들도 2023년 다시 IPO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이 2~3월까지 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규정상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승인받은 시기는 각각 8월 22일, 9월 20일, 8월 22일이다.
다만 이들이 상장을 강행한다면 대폭 낮아진 기업가치를 받아들여야 할 전망이다. 컬리와 케이뱅크는 한때 8조원대 몸값이 거론된 대어급 업체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이들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비상장거래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12월 29일 기준 컬리 주가는 3만500원이다. 2022년 4월 11일 11만2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8개월 만에 약 72.77% 떨어졌다. 같은 시각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케이뱅크는 1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8개월간 하락률이 47.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컬리와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도 각각 1조1725억원, 4조2829억원까지 낮아졌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 유치에 성공한 2021년과 현재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1년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해 유동성을 대거 풀던 시기다.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IPO에 나서는 기업마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고 주식 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계획한 업체들에는 가혹한 환경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많은 업체들이 결국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단, 올해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 기업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조 단위 대어는 아니지만 실적이 탄탄한 중견 업체들도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널디’와 ‘메디큐브’ 등을 운영하는 에이피알은 2022년 11월 신한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60여개 특허 기술을 보유 중인 산업용 로봇 전문 업체 디비로보틱스는 NH투자증권을, 농업기술 업체 엔씽과 2차전지 소재 업체 재원산업은 삼성증권을 각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단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업체들은 다소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IPO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기관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공모 규모가 400억원 이상인 중대형 IPO는 공모가 희망범위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상장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유진형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