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 넘은 노량진뉴타운···1구역도 시공사 선정 눈앞
“이번에는 정말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노량진 전체 8개 구역 중 절반이 재개발 사업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됐다는 점이 변수지만 서울 여러 뉴타운 중 노량진보다 입지가 뛰어난 곳은 거의 없습니다. 노량진은 서울에서 ‘상전벽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서남부 ‘최고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점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총 8개 구역으로 구성된 노량진뉴타운에서 이미 4개 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인가는 재개발 사업 과정의 ‘9부 능선’으로 사실상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머지 4개 구역 역시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
노량진뉴타운은 약 4~5년 전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했던 곳이다.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 많았다. 그럼에도 재개발만 성공하면 ‘최고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던 곳이기도 했다. 구역별로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노량진뉴타운 대부분 구역이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곳은 새로운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2구역은 약 400가구 주상복합 들어서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5번 출구를 나오면 왕복 4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한눈에 봐도 오래된 상가와 주택가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노량진·대방동 일대(73만8000㎡) 8개 구역을 재개발하는 노량진뉴타운이다. 도로를 따라 장승배기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특정 지역이 안전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도로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도 눈에 띈다. 바로 노량진2구역이다. 노량진뉴타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이곳은 이미 이주를 마치고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소식도 들렸다. 서울시는 2022년 12월 6일 열린 제9차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동작구 노량진동 312-75번지 일대 ‘노량진2재정비촉진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밝혔다. 변경안에 따라 노량진2구역에는 지하 4층~지상 29층 3개동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은 물론 415가구 공동주택도 함께 들어선다.
노량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구역은 비록 규모가 작지만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고 노량진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다”며 “2구역을 시작으로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4구역 역시 요즘 노량진에서 주목받는다. 동작구청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4재정비촉진구역 조합은 동작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4구역 재개발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294-5번지 일대 대지면적 4만512㎡에 지하 5층~지상 30층, 11개동, 844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270가구다. 추후 일정은 2023년 상반기 이주, 2024년 하반기 철거, 2025년 착공으로 예정됐다.
4구역 조합 측은 철거 과정에서 사업시행계획을 약간 변경할 예정이다.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간 협의로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적용되면서 설계안에 층고 상향, 주차 대수 증가, 주택형 변경 등이 이뤄진 데 따른 조치다.
조합 관계자는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단지 고급화를 위해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전용 84㎡가 가장 큰 평형이지만 계획 변경을 통해 40평대인 106㎡ 주택형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랜드마크 1구역 올 초 시공사 선정
2·6·8구역에 이어 4구역이 4번째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노량진뉴타운 사업은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노량진뉴타운은 현재 총 8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4개 구역을 제외하면 3·5·7구역은 사업 중후반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시행인가를 추진 중이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노량진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자, ‘대장주’로 꼽히는 1구역이다. 최근 1구역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안)에 대한 공람과 의견청취 절차를 12월 24일까지 진행했다. 1구역은 노량진뉴타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느린 곳으로 유일하게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6구역(GS건설·SK에코플랜트), 2구역(SK에코플랜트), 8구역(DL이앤씨) 등은 이주·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3구역은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4구역(현대건설)과 7구역(SK에코플랜트) 역시 시공사 선정 작업을 마쳤다.
1구역은 2022년 5월 동작구청에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안이 반려되면서 사업이 다소 지연됐다. 2021년 6월 건축심의 당시 이뤄진 공공건축가 자문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변경된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반영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다시 접수했다. 조합 측은 “늦어도 2023년 초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공사 선정 역시 2023년 상반기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구역은 대지면적 13만287㎡에 지하 4층~지상 33층, 28개동, 2992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 부지 면적과 공급 규모 면에서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중 가장 크다.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과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인접해 교통 환경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일부 단지는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때문에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의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사업시행인가 직후 이뤄질 시공사 선정에는 상당수 건설사가 뛰어들 채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노량진1구역에 관심을 보인다. 현대건설은 노량진1구역을 ‘한강변 디에이치라인’의 서쪽 경계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4구역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GS건설은 오랜 기간 눈독을 들였던 3구역을 포기하고 1구역에 집중하고 있다. GS건설은 1구역의 남쪽과 경계가 맞닿아 있는 6구역을 SK에코플랜트와 공동 수주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잿값 상승과 주택 경기 침체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리한 출혈 전략을 펼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량진1구역은 단지 규모나 입지를 봤을 때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건설업계 관심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건설업계가 자재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 다만 조합 측이 컨소시엄을 허용할지가 변수”라고 말한다.
1구역까지 본궤도에 오르면 2023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2·6구역 등 주변 지역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23년부터 차례대로 공사가 시작돼 노량진동 일대는 약 9000가구 규모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량진뉴타운은 서울 3대 도심으로 꼽히는 광화문·여의도·강남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입지로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지역 일대가 상전벽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1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마치는 2023년 상반기가 되면 변화가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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