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최대 실적…‘삼바 매직’은 계속된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1.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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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림 CEO 취임 3년…사상 첫 2조원대 매출

“실적 적자 기업이 삼성그룹 적자(嫡子)가 됐다.”

재계 관계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삼성그룹은 2011년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창립 후 6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최대 실적 타이틀을 계속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대표를 선임한 2020년부터 빠르게 외형을 키워왔다. 2020년 매출액 1조1647억원에 이어 2021년에는 1조5680억원까지 매출을 늘렸다. 2022년에는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2조358억원을 기록, 첫 연간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바이오 업계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취임 이후 본격화된 선제적 투자 전략이 적중했다고 평가한다. 존 림 대표는 2020년 12월 신임 사장 취임 직후부터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 시장 선점에 나섰다. 동시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이중항체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공격적 증설 CDMO ‘초격차’ 본격화

압도적 캐파, 4공장 가동 시 60.4만ℓ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사업은 단연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CDO(위탁개발)와 CMO(위탁생산)를 합친 단어다. CDMO는 바이오 업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아웃소싱 사업이다. 반도체 사업의 ‘파운드리’와 비슷한 역할이다. 차이가 있다면, 파운드리는 단순 생산 위탁이지만 CDMO는 연구·개발, 임상시험, 제품 생산, 인허가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CDMO 성패를 가르는 요소도 파운드리와 유사하다. 특히 CMO의 경우 생산설비 규모가 핵심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CDMO 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은 ‘수요를 충족하는 생산능력 보유 여부’ ”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대표 취임 이후 4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압도적 글로벌 1위 생산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11월부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4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은 3곳이다. 1공장은 3만ℓ, 2공장은 15만4000ℓ, 3공장은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췄다. 4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4만ℓ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4공장까지 갖춰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60만4000ℓ로 늘어난다.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압도적 1위다.

미국 바이오제약 전문 컨설팅 업체 BPTC에 따르면 스위스 론자가 30만3000ℓ로 2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27만5000ℓ로 3위다.

생산능력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고객사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글로벌 빅파마 고객이 증가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2곳과 CMO 계약을 체결했다. 4공장 건설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만 GSK, 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 등 5곳과 신규 수주 계약을 맺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 수준의 생산능력에 만족 못하는 눈치다. 5공장과 6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업계는 공장 하나당 2조원 정도의 건설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CDMO 시장 성장세를 내다보고 선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22년 4월 발간한 ‘글로벌 주요 바이오의약품 CDMO 최근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2020년 113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203억달러(약 2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격적 투자에 재무 부담을 우려하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다. 투자 규모만큼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2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7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2.9%에 달한다. 영업 과정에서 유입된 현금 규모를 의미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2년 3분기에만 643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영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현금화해 쓸 수 있는 돈도 늘고 있다. 2022년 9월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 3754억원, 단기 금융 상품 1조3200억원을 들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현금화해 쓸 수 있는 돈이 1조6954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부채 규모도 크지 않아 필요에 따라 차입도 무리 없는 상태다. 2022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6.9%다. 보통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을 두고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고 말한다.

삼성바이오
3년 차 존 림 대표, 남은 과제는

“사업 다변화, 우선순위 명확히 해야”

연임이 확정돼 2023년에 CEO 3년 차에 들어가는 존 림 대표에게도 과제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장 큰 약점은 항체 의약품에 사업이 편중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CMO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기존 단일항체 의약품 중심이던 CMO 사업을 mRNA 부문까지 넓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기술 기반 의약품이 주목받으면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mRNA는 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담긴 일종의 설계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기술 기반 의약품이 대량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5월 3공장 내 mRNA 설비 구축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완제의약품 CMO에 성공했다. 2022년 8월에는 미국 그린라이트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원료의약품 시험 생산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을 대규모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한다.

CDO 부문 경쟁력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CDO 사업에 진출한 후, 2021년에야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중항체 플랫폼’ 개발로 CDO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22년 10월 출시한 ‘에스 듀얼’이 선봉에 선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각각 다른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들을 하나의 형태로 결합시킨 항체다. 보통 단일항체는 하나의 항원에만 적용하는데,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항원에 동시 작용한다. 기존 단일항체보다 효능이 커 바이오 업계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중항체 시장은 2021년 40억달러(약 5조원)에서 2027년 19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증설과 함께 단기간에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게 ‘역량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수급전망’ 리포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원료의약품, 멀티모달 플랜트 건설, CDO, 바이오 신약 개발 역량 강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분산되거나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성장 전략의 명확한 우선순위와 적절한 재무 부담 통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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