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새 아파트 수난시대"…전셋값 폭락에 입주권도 10억 뚝
최첨단 건축기술로 지어진 데다 좋은 교육여건과 편리한 교통까지. 재건축 사업을 마친 강남 새 아파트는 주택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상품인 게 공식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공식이 깨졌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 가격이 인근 기존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전셋집 역시 기존 아파트 전셋값보다 낮게 계약되는 경우가 잇따른다. 극심한 거래절벽에 따른 신풍속도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다음 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옛 개포주공 4단지)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최고 거래가(2021년 11월 29억50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2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전용 59㎡의 실거래가(20억원)와 같은 가격에 전용 84㎡가 계약된 것이다. 입주 5년 차를 맞는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 2단지) 같은 면적형 아파트는 지난달 2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게 배당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2020년 1월 일반 분양 당시 전용 84㎡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0대1에 달했다. 이 면적 일반분양 물량이 24가구에 불과했고 그마저 1층이었지만,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 ‘10억 로또’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다. 2년 전 이 면적형의 분양가는 15억8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번에 거래된 입주권 가격은 이보다 4억원가량 높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양재대로에 접한 2층 물건이 20억원에 거래된 것 같다”며 “더 낮은 가격의 급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최근 23억5000만원에 나온 집이 22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른 강남권 새 아파트 입주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옛 개포주공 1단지) 전용 84㎡의 입주권 가격도 지난해 4월 29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7개월 만인 11월 23억원까지 내렸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입주권도 지난해 3월 38억7407만원에서 11월 30억34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리모델링 단지인 송파구 성지아파트(잠실더샵루벤)의 전용 84㎡의 일반분양가는 26억4700만원인데, 현재 매물 호가는 13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
강남 새 아파트의 몸값이 떨어지는 건 전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3375가구의 대단지인데, 지난달 중순까지 전용 59㎡의 전셋값은 6억~7억원 선을 유지했지만, 최근 5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네이버 부동산 기준 1000건이 넘는다. 이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임박하면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바로 옆에 위치한 디에이치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8월 17억원에 전세 거래됐던 것이 10월 14억원으로 떨어졌고, 최근 전세 최저 호가는 10억원까지 내렸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 시기에 개인 자금 사정 등에 의해 아파트를 매도하거나 임대로 내놔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거래절벽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들이 가격 경쟁을 하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서울 강남 일대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3구와 강동구의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만2402가구로 지난해 (3592가구)보다 3배 이상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7번의 금리 인상 등 금리 쇼크 여파가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하락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강남권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살아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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