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바이든 “No” 해프닝 진화…“미 핵전력 공동기획·실행방안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자 양국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이 질문은 이 날짜로 보도된 윤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No’ 발언으로 한·미 간 대북 공조 엇박자 우려가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긴급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3일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우리 군은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다양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일은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버진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Marine One)으로 백악관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당국도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같은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언론 질의에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핵 비(非)보유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을 핵보유국이 함께하는 연습으로 생각해 ‘No’라고 말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는 테이블탑 연습(table-top exercise)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한국이 기획, 정보 공유, 연습,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테이블탑 연습(TTX)은 군부대가 현장 기동을 하지 않는 일종의 모의 훈련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언급한 ‘한·미 핵전력 공동 기획·공동 연습’은 양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기존의 확장억제 공약, 즉 핵우산은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해 SCM에선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확장억제를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핵 정책·전략과 작전계획, 억제·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데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공동 기획’이다. 또 공동 실행(연습)은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동맹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헌 정우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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