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아니라 '중화민국'이라 부르겠습니다
김찬호 2023. 1. 3. 16:00
점점 더 '서쪽'으로 가는 여행기... 첫 도착지는 '중화민국'
[김찬호 기자]
2022년 12월 31일,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단 서쪽으로 왔으니, 더 서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요. 그러니 꽤 긴 여행이 될 겁니다. 물론 언제든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더 서쪽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 타이베이의 사원 |
ⓒ Widerstand |
저는 지금 중화민국에 있습니다. 중화민국이라고 하면 어디인지 물음표를 띄우시는 분들도 많겠지요. 우리는 이 땅을 주로 '대만'이라고 부르지요. 대만이라는 것은 섬의 이름이고, 대만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국가의 공식 명칭은 '중화민국'입니다. 저는 이 나라를 '대만'이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는 대만이 아닌 중화민국입니다.
중화민국은 원래 중국 대륙에서 탄생한 정부입니다. 1911년 우한을 시작으로 벌어진 봉기를 통해 중국 각지에서는 청나라를 무너뜨리려는 혁명 세력이 성장합니다. 이 세력들이 연합해 중화민국을 수립하고, 그 총통에 쑨원이 취임했죠. 바로 이 정부가 청나라를 무너뜨린 '중화민국'이라는 정부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중화민국이 공식 성립된 1912년을 '민국 1년'이라고 부르고, 중화민국에서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이 '민국' 연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민국 112년이지요.
중화민국은 원래 중국 대륙에서 탄생한 정부입니다. 1911년 우한을 시작으로 벌어진 봉기를 통해 중국 각지에서는 청나라를 무너뜨리려는 혁명 세력이 성장합니다. 이 세력들이 연합해 중화민국을 수립하고, 그 총통에 쑨원이 취임했죠. 바로 이 정부가 청나라를 무너뜨린 '중화민국'이라는 정부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중화민국이 공식 성립된 1912년을 '민국 1년'이라고 부르고, 중화민국에서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이 '민국' 연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민국 112년이지요.
물론 그 뒤 중화민국과 쑨원에게는 여러 시련이 있었습니다. 청나라를 무너뜨리는 대가로 위안스카이에게 정권을 넘겼다가 위안스카이의 독재로 내전이 벌어지기도 했죠. 위안스카이는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가 곧 사망했지만, 여전히 중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지방 군벌 세력이 마치 삼국지의 시대처럼 할거하고 있었습니다. 중화민국과 쑨원은 여러 군벌에게 치이며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다, 결국 1924년 소련과 접촉해 공산당과 연합하는 1차 국공합작을 통해 군벌을 모두 몰아내게 되죠.
▲ 국부기념관 앞의 쑨원 동상 |
ⓒ Widerstand |
그러나 쑨원은 1차 국공합작이 완수되지 못한 상황에서 간암으로 사망했고, 이후 중화민국은 장제스가 지배하게 됩니다. 그 뒤에도 공산당과의 분열, 일본과의 전쟁이나 1945년 일본 패망 이후 다시 공산당과의 전쟁까지 중화민국은 다양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밀린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넘어온 사건을 나라(國)의 정부(府)가 대만(臺)으로 옮겼다(遷)고 해서 '국부천대(國府遷臺)'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이어진 정부가 지금 대만을 지배하고 있는 정부입니다.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은 지금 대만으로 옮겨왔을 뿐, 언젠가 중국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는 분명한 의미를 품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이 이름에 대해 지금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고,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중화민국'이라는 이름과 그 국기는 금기에 가깝습니다. 중화민국은 UN에서도 쫓겨났고, 올림픽에도 '차이니스 타이페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죠.
이렇게 이어진 정부가 지금 대만을 지배하고 있는 정부입니다.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은 지금 대만으로 옮겨왔을 뿐, 언젠가 중국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는 분명한 의미를 품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이 이름에 대해 지금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고,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중화민국'이라는 이름과 그 국기는 금기에 가깝습니다. 중화민국은 UN에서도 쫓겨났고, 올림픽에도 '차이니스 타이페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죠.
물론 제가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을 꼭 지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 갈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설명할 기회가 있을테니, 다만 지금은 중화민국 정도의 민주적인 국가가 스스로 선택한 국가명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이 딴지를 걸기에는 조금 민망하다는 이유 정도를 남겨두기로 하겠습니다.
▲ 국부기념관 |
ⓒ Widerstand |
아무튼 그런 역사 때문인지, 이곳에 도착한 뒤 이상하게도 '민국(民國)'이라는 이름에 꽂혀 있었습니다. 꼭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특히 고궁박물원과 충렬사에 들렸을 때 그랬습니다. 사실 저는 고궁박물원이 그리 뛰어난 전시경험을 선보이는 박물관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곳은 무엇보다 중화민국이 중국이라는 문명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상징이 되는 공간이지요. 이 유물들이 중국 대륙에 있었다면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한다면, 중화민국이라는 정치 체제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공간입니다.
▲ 고궁박물원 |
ⓒ Widerstand |
그리고 충렬사는 그 중화민국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바친 열사들의 위패를 모신 공간입니다. 주변에는 국방부 청사와 각군 본부가 포진해 있을 정도로 국가주의적인 공간이지요. 사실 그런 점에 반발을 느낄 법도 하지만, 대륙에서 분투했던 이들의 위패가 왜 지금은 대만이라는 섬에 모셔져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런 반발감만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드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민국'이라는 이름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정기념당에서 '민주'라는 이름 아래 미소짓고 있는 장제스의 거대한 동상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마음이 듭니다. 과연 그 '민국'이라는 나라는 타이완 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나 좋은 조국이었을까요. 그 수많은 혁명가들이 스러져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조국이었을까요. 저에게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은 그런 의문과 복잡한 감정을 남기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는 다음 여행기에서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정기념당에서 '민주'라는 이름 아래 미소짓고 있는 장제스의 거대한 동상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마음이 듭니다. 과연 그 '민국'이라는 나라는 타이완 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나 좋은 조국이었을까요. 그 수많은 혁명가들이 스러져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조국이었을까요. 저에게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은 그런 의문과 복잡한 감정을 남기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는 다음 여행기에서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 중정기념당 |
ⓒ Widerstand |
다만 또 그만큼이나 거대한 쑨원의 동상이 있는 국부기념관에는 '국부'라는 노골적인 이름이 붙어 있음에도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생에 대만 섬에는 몇 번 방문해보지도 않은 쑨원의 중화민국이 이제는 대만 섬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쓸쓸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군벌에 쫓겨 중국 각지를 유랑했던 중화민국이 여전히 그 유랑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보면 쑨원은 실패한 혁명가이기 때문에 추앙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어찌 생각하면 지금의 중화민국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민국이라는 꿈의 파편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대만'이 아니라 '중화민국'이라고 이 나라를 칭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아주 일부는 그 '민국'을 위해 쓰러져야 했던 중국의 여러 혁명가에 대한 자그마한 나름의 위로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지금의 중화민국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민국이라는 꿈의 파편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대만'이 아니라 '중화민국'이라고 이 나라를 칭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아주 일부는 그 '민국'을 위해 쓰러져야 했던 중국의 여러 혁명가에 대한 자그마한 나름의 위로입니다.
▲ 타이베이 거리 풍경 |
ⓒ Widerst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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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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