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건데 뭐 어때요?" 강형욱이 견주에게 한 '경고'
[김종성 기자]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 |
'개를 예뻐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답은 다양할 것이다. 이 질문은 마치 사랑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대로 개를 예뻐할 테니까. 그런데 간혹 개를 사람처럼 대하며 예뻐하는 보호자들을 본다. 아기를 다루듯 품에 안고 다닌다거나, 놀아준다는 이유로 과격한 스킨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걸 개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삽살개(Shaggy dog)였다.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된 삽살개는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는 토종견이다. (단모견도 있으나 대부분 장모견이다.) 잡귀 쫓는 퇴마견으로도 알려진 삽살개의 이름은 쫓는다는 뜻의 '삽'과 액운/귀신이라는 뜻의 살(煞)이 더해진 것이다. 과격한(?) 별명과 달리 온순한 성격을 지녔다.
또, 인내심이 강하고, 교감 능력이 뛰어나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한다. 다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편이라 어릴 때부터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강형욱 훈련사는 (삽살개의 경우) 훈련소에 많이 찾아오는 견종은 아니지만, 한 달에 2~3팀 정도 꾸준히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유일무이한 외모를 지닌 삽살개에게 뭔가 묘한 무언가가 있다는 게 그의 느낌이었다.
삽살개 '하이(수컷, 1살)'
베들링턴테리어 믹스 '루(수컷, 4살)'
부부 보호자는 아들이 개를 키우고 싶어 하자 근처 펫샵을 찾았고, 구석에 있는 루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데려가지 않으면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루를 키우면서 홀로 있는 걸 보면 외로워 보였고, 그 때문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하이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부부 보호자는 어떤 고민이 있어 강형욱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 |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로 짖어대니 민원도 폭주했다. 이웃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음재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워낙 큰소리로 짖다 보니 속수무책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그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며, 하이와 루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어렸을 때는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며 덩치가 훨씬 커진 하이의 공격성을 염려했다.
"사람들도 친구들이랑 놀다 보면 상처가 나잖아요. 얘네들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문다고 해서 세게 무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심각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반면, 남편 보호자는 싸움이 아니라 노는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하이와 루가 엉켜 싸워서 말리지 않았다. 생각의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하지만 아들 보호자도 입술을 물린 적이 있고, 심지어 아내 보호자까지 공격해 팔에 상처가 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심각하지 않다는 남편 보호자의 말에 이경규는 "사고방식이 독특하네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남편 보호자는 하이가 집 안이 모든 물건들을 파괴하는데,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혼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영상을 보고 있던 강형욱은 "노는 건데 뭐, 어때요?"라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한편 아들의 불안한 애정 공세도 걱정스러웠다. 개를 요령 없이 안아 들기도 하고, 안아준다는 이유로 강하게 압박했다. 또 드론과 장난감으로 놀라게 하기도 했다.
동물학자 스탠리 코렌 박사는 '사람에게 안긴 반려견 스트레스 지수'를 연구했는데, 그에 따르면 81.6%의 반려견이 사람과 포옹 후 심리적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태어난 동물인데, 포옹은 원초적인 본능을 막기 때문에 사랑보다 경멸을 느낀다고 한다. 안기보다 가볍게 토닥거리거나 쓰다듬어주는 게 개를 '예뻐하는' 방법이다.
현장에 출동해 보호자를 만난 강형욱은 하이의 기질과 성격에 대해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힘은 덩치가 큰 하이가 더 센 것 같지만, 중요한 건 '행동의 자유'라고 설명했다. 루가 하이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행동을 보였다. 루는 다양한 경험으로 사회성이 좋은 반면, '코로나19 퍼피' 하이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다. 다만, 1살의 하이는 훈련받기 좋은 시기였다.
"하이가 긴장해서 짖는 거긴 한데, 짖음으로 문제가 해결이 됐나 봐요." (강형욱)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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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에 집중하게 된 하이는 강형욱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짖지 않았고, 과장된 행동을 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긴장해서 짖은 건 맞지만, 짖을 때마다 문제가 해결되자 습관이 된 것이다. 강형욱은 '낯선 사람의 방문이 불편한 건 알겠어. 그래도 참아보자'는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또, 훈련에 앞서 개의 생리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고, 짖는다고 화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렇다면 하이와 루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강형욱은 하이가 루에게'만' 관심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정을 부릴 상대가 필요한데, 그 대상이 루였던 것이다. 강형욱은 하이가 어렸을 때 루한테만 양육을 맡긴 것 같다고 추측했는데, 보호자들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이에게 루는 든든한 형이자, 친구, 부모 같은 존재라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닌 것인데, 그러다 보니 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둘이 집 안에서 놀려고 하면 저라면 못 놀게 할 거 같아요." (강형욱)
루의 입장에서는 철부지 동생의 투정을 홀로 받아야 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또 또래와 놀지 못해 쌓인 불편한 감정들을 서로에게 풀고 있는 셈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장난' 수준으로 보였지만, 그 선이 아슬아슬해서 위험한 게 사실이었다. 한창 더 성장할 하이가 언젠가 입질이 폭발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 화풀이 대상이 아들이 될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강형욱은 아들이 하루를 거침없이 안아 들 때 물릴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또, 아빠와 아들이 과격한 장난을 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경각심이 부족한 남편 보호자는 하이의 공격성이 강화돼 아들 보호자가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닫고 반성했다. 또, 강형욱은 하이와 루의 공간을 분리할 것을 조언했다. 켄넬 훈련이 필수였다.
<개는 훌륭하다>의 새해 첫 고민은 역시 '개의 문제'라기보다 '보호자의 문제'로 귀결됐다. 두 보호자의 양육 방식의 차이를 조율하는 게 필요했다. 성찰의 시간을 가진 남편 보호자는 달라질 것을 약속했다. 또, 아들도 반려견을 괴롭히지 않기로 다짐했다. '개를 예뻐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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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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