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게 축복…키 큰 건 한물갔다" 美베스트셀러 근거 보니
“키가 큰 게 매력인 시대는 끝났다.”
이런 주장을 뉴욕타임스(NYT) 지난 2일(현지시간) 기고문에 펼친 이는 마라 앨트먼. 그의 키는 5피트(150cm)다. 미국인 여성 평균 키는 현재 5피트 4인치(약 162cm). 앨트먼은 인간의 신체 관련 담론에 천착하는 작가다. NYT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제 곧 누가 더 키가 큰지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누가 더 작은지가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뭘까.
그의 주장인즉슨, “원시시대엔 매 순간 멀리에서 오는 위협을 빨리 인지해야 가족을 지킬 수 있었고, 전쟁에서 덩치가 큰 병사가 있는 게 유리했다”며 “그렇기에 키가 큰 것이 오랜 기간 매력으로 인식되고 각인됐다”는 것이다. 21세기 하고도 23년이 지난 지금엔 더 이상 키 큰 것이 생존과 무관하며, 따라서 인간의 인식 자체가 오류라는 게 앨트먼의 주장의 핵심이다.
그가 굳이 이런 주장을 하고, NYT는 이 기고문을 실은 이유는 뭘까. 아이 키가 고민인 건 한국 부모들만이 아니어서다. 앨트먼은 “아이 키를 더 키우겠다고 다리를 절단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감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건 통탄할 일”이라고 적었다. 키가 크다는 매력 자본을 손에 넣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앨트먼만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키가 약 2미터(6피트 8인치)에 달했던 외교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는 키가 너무 커서 고민이었는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키가 커서 좋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다들 용인하고 있는 뻔뻔한 편견이다.”
앨트먼은 쌍둥이를 키우는데,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가장 작은 축에 든다고 한다. 그는 “나는 아이들에게 ‘키가 작아서 슬퍼’라고 생각하는 대신 ‘키가 작아서 좋은 점도 많아’라고 느끼도록 가르친다”며 “나 자신이 어렸을 때 키가 작은 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적었다.
신장이 작은 장점에 대해 앨트먼은 토머스 새머라스라는 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새머라스는 40년 간 신장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학자라고 한다. 앨트먼은 “새머라스의 연구 결과 키가 작은 사람들일수록 상대방과의 대화를 더 경청하는 경향이 확인됐다”며 “뿐만 아니라 인류의 키가 좀 더 작아진다면 매년 8700만t에 달하는 식량을 절감할 수 있으리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키가 작으면 인간의 육류 등 소비도 줄 것이고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도 폈다.
그렇다고 앨트먼이 인류 모두의 신장이 작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키가 큰 것에 대한 맹목적 추앙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하는 게 앨트먼 기고문의 요지다.
앨트먼은 공식 홈페이지에 “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했던 작은 키나 턱에 나는 털같은 신체적 특징에 대해 글을 쓴다”며 “생각을 살짝 바꾸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할 수 있다”고 적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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