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학 진학, 3.1절행사장에 태극기 게양했다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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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보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4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대학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일본인들의 한국인 차별과 멸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와세다대학에 다니고 있을 즈음 일본사회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가 시대사조처럼 나돌았다.
그는 일본에 대한 반항심과 울분으로 파란이 많았던 와세다대학 시절을 1924년 12월 3학년 겨울방학 때까지 보내고 귀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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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1921년 보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4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명문이라는 와세다대학 정경학부에 입학했다. 10여 년 전 11세 때에 보았던 일본을 이제 청년의 시각으로 지켜보고 공부하게 되었다. 대학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일본인들의 한국인 차별과 멸시는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일인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신념이어서 한국유학생 야구팀에 들어갔다. 유년시절부터 익혀온 각종 스포츠여서 낯설지 않았다. 야구도 야구지만, 이를 통해 한인 유학생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자 해서였다.
대학 2학년 때 도쿄의 한인과 유학생들이 함께 3.1절 기념행사를 갖기로 했다. 장소는 마침 미국 관광단이 들른다는 정보를 알고 도쿄시내 우에노공원을 택하였다. 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억울한 침탈과 자주독립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장에 걸기 위해 태극기를 만들어 정재완(동경대생)이 공원 정문 앞까지 가져오면 서민호가 일본인 행색을 하며 이를 받아 집회장에 게양하기로 했다.
3.1절 기념행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일경이 몰려와 저지하면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서민호와 1년 선배 허일 그리고 정재완ㆍ김찬성 등이 주모자로 지목되어 3주간 도쿄의 영창에 수감되었다.
언제나 학교에서 주먹과 민족주의 계열로 주목을 받고있던 나는 이 일로 인해서 더욱 더 감시의 대상이 되었으며, 일본 경찰의 눈초리는 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재일 한국인 및 유학생들의 대다수가 애국, 애족에 불타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었는가하면 더러는 개만도 못하게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서 날뛰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일본인보다도 그러한 어리석은 한국인이 더욱 미웠으며 조국의 이름 앞에서 더럽혀진 인간을 처벌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학 3학년에 접어들었을 때 친일파 박춘금으로 인하여 재일한국인 사이에는 큰 사건이 빚어지게 되었다. 내용인 즉 박춘금이 '한국인 노동조합 공제회'를 조직하여 재일 한국인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인삼엿의 이익금을 착취한 일이었다.
그는 친일파로서 일본경찰들과 친하게 지냈으므로 그들의 배경을 믿고 악랄한 방법으로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잔악한 행위를 하였던 것이다.
우리들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같은 반에 김찬성(진주출신 3.1절 행사사건으로 같이 수감) 동지와 함께 박춘금의 집을 습격했는데 사전에 우리가 갈 것을 알고 있었던지 오히려 역습을 당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주석 3)
그가 와세다대학에 다니고 있을 즈음 일본사회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가 시대사조처럼 나돌았다. 진보적이라는 지식계층에서 더욱 심했다. 일본지배층이 민족주의 사상을 적대시하면서 지식인ㆍ학생들 중에는 마르크스주의를 그 대안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유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족주의가 탄압받으면서 그 분출구로 마르크스이데올로기를 수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민호는 이 대학 아베이 소오 교수와 요야마이쿠 교수의 정치학 강의를 열심히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 깊이 민족주의 이념을 간직하였다. 그는 일본에 대한 반항심과 울분으로 파란이 많았던 와세다대학 시절을 1924년 12월 3학년 겨울방학 때까지 보내고 귀국하였다. 1923년 9월 도쿄대지진을 현지에서 겪기도 하면서 용케 살아남은 행운을 누렸다.
주석
3> 앞의 글, <이 정권과의 투쟁(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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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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